영화법 개정…활기 띨 영화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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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6일 비상 국무회의를 통과, 발효하게 된 영화법 개정법률안은 그 목적이 우리나라 영화계의 고질적인 병폐를 시정함으로써 국산영화를 보호육성하고 수준을 향상시킨다는데 있어 대체로 환영받고 있으나 법 운영에 있어서는 현실적으로 약간의 어려움이 뒤따를 것 같다.
이번 개정 영화 법에서 특히 눈에 띄는 것은 ①영화업자의 등록제를 허가제로 하며 ②외화수입권을 국산영화 제작자에게 부여하고 ③외화의 상영을 제한하는 한편 영화제작자와 공연장 경영자로 하여금 영화배급 협회를 설립토록 하여 국내 배급 권을 장악하게 하며 ④영화진흥공사를 설립, 객관적인 위치에서 지원체제를 갖추게 함과 동시에 우수대작 영화를 제작토록 한다는 것 등이다. 대통령령으로 곧 시행 세칙이 나을 예정이지만 우선 이제까지의 등록제를 허가제로 바꾼 것은 군소 업자의 난립을 방지한다는데 그 뜻을 두고 있으나 이것은 대작행위 (이른바 대명제작)를 철저히 봉쇄한다는 조항과 함께 조그만 문제점을 남기고 있다. 대명제작의 금지는 개정 전 영화 법에도 명시돼 있었으나 거의 실행되지 못했고, 또 이것은 군소 업자의 난립과는 성격이 다른 것으로 평가돼 왔었다.
60년대 후반 영화산업이 사양길에 접어들기 시작하면서 세계의 영화 가에서는「메이저·컴패니」의 붕괴 현상을 보여 왔고 이에 따라 본격적인 영화제작자가 아니면서 예술가 적인 입장에서 영화제작에 임하는 작가들이 많이 나타났다. 물론 이것은 제반 여건이 우리나라와는 다르지만 군소 업자를 정리하기 위해 순수한 영화작가를 도태시킨다는 것은 무리가 아닌가 하는 견해가 많이 나오고 있다.
유현목씨(감독)는『국산영화 진흥에 중점을 둔 개정영화 법은 대체로 찬성하나「할리우드」에서「오프·할리우드」가 성행하는 것처럼 순수한 영화 작가에도 길을 터 줬어야 할 것』이라는 견해를 보이고 있다.
한편 외화수입권을 국산영화 제작자에게 부여하는 조치는 기왕의 외화수입업자를 제의하고는 대체로 환영하고 있으나 제작자의 영세성에 비해 수입 업자가 다소 경제적인 면에서 앞서 왔기 때문에 앞으로 제작자가 기왕의 수입 업자에 의해 침식되는 사례가 있을는지도 모른다는 것이다.
이번 영화법 개정에서 특히 문제가 되는 것은 외화상영 제한 조치인 것 같다. 국산 영화의 보호육성을 위한 이른바「스크린·코타」제는 이미 오래 전부터 존속했었다. 한때 연 6편 90일의 국산영화 상영을 의무화했던「스크린·코타」제는 국산 영화의 수급이 여의치 않아 70년 개정 때는 연 3편 30일로 줄어들었으나 이번 연 상영 일수의 3분의1(1백20일)의 국산 영화 상영을 의무화함으로써 앞으로 국산 영화의 수급이 원활치 않는 한 휴관사태가 속출할 가능성이 생기게 된 것이다.
전국 극장연합회의 박상운 전무에 의하면 외화전문 관에서 외국산 영화상영을 제작자가 「터부」시 하기 때문에 그렇지 않아도 국산영화 상영이 어려운데 연간 1백20일 동안 국산 영화를 상영한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외화전문 관이 상영일자의 3분의 1을 국산 영화로 충당하기 위해서는 제작자와의 쌍무 규정이 불가피하며 적어도 문공부가 조절 허가하는 전편(1백30편)의 영화가 제작되어야 하는데 72년의 경우 문공부의 제작허가를 받은 l백50편의 영화 가운데 실제로 제작이 완료돼 개봉된 영화는 52편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다소의 문제점에도 불구하고 새 영화 법에 대해 영화계는 대체로 기대에 부풀어 있는 것 같다. 김태수씨(영화제작자 협회장)는『기와의 회원사 (19개 사) 가운데 몇몇이 희생되더라도 제작자 우 선을 기본적 방향으로 잡고 있는 개정 영화 법은 바람직한 것』이라고 말하고『실제 우리나라 영화계의 실정과 다소 거리가 있는 조항도 엿보이지만 이것은 부수적인 문제로서 차츰 시정돼 갈 것으로 믿는다』고 전망했다.
김진영씨(영화진흥조합 이사장)와 최 훈씨(영화인협회 이사장)도 영화법 개정에 따라 앞으로의 영화계가 훨씬 원활하게 움직일 것으로 내다봤다.
특히 새로 발족하게 되는 영화진흥공사가 실질적인 이해당사자인 영화업자로부터 분리, 객관적인 입장에서 영화계 발전을 측면 지원한다는데 대해 영화계에서는 상당한 관심을 갖고 있는 것 같다.
새 영화법의 발효로 국책영화 내지 국가 시책에 순응하는 영화가 더욱 많이 제작될 전망은 보이지만 영화진흥공사가 목적한 바대로의 기능을 발휘하고, 새 영화 법이 시사하는 바 저질 영화의 퇴치, 영화계의 갖가지 부조리가 자취를 감추게 되면 우리 영화계도 보다 활발한 움직임을 보일 수 있게 될 것 같다. <정규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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