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상 부문 수상 조한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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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스물 여덟 개의 나이테를 이마에 새겨오는 동안, 뚜렷한 금을 긋지 못하고 살아왔었는가 보다.
추운 담 벽에 기생충처럼 붙어 서서 겨우 이만큼 자라온 내 성장 기록. 이제는 양지로 발돋움하고 싶다고, 솜털을 벗고 고고의 함성을 내질러본다.
계 축년이 밝아오는 길목에서 첫 번째 시련을 받는다.
영광으로 감싸 인 혹독한 시련. 내 무명지 손톱보다도 더 작은 네모난 백지의 공간에 내 모든 안간힘을 쏟아 붓고 살아가지 않으면 안되리라고 벌써부터 원고지의 노예가 돼 버린 듯한 느낌을 가슴에 주워 담는다.
얼마나 많은 시련이, 과연 내 앞에 줄지어 늘어선 나날에서 나를 기다리고 있을까?
계 축년 소띠 해에 다시 태어난 것으로 자위하면서, 앞으로의 나날을 소처럼 묵묵히, 그리고 원고지의 빈 간에 매달려 턱걸이를 하면서 불평 없이 살아가리라고 조용히 다짐해 본다. 끝으로 심사위원여러분께 깊은 감사를 드리며 내게 생명을 점지해 주신 부모님께 고마움을 아울러 적 는다.

<약력>
▲46년6월 서울 출생
▲64년 서울 양정고 졸업
▲69년 주월 백마 제29연대본부 중대병장으로 1년 근무
▲현주소=서울 성동구 천호동 산1의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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