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전 후의 월남장래|파리 대「레이몽·아롱」교수의 관측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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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파리=주섭일 특파원】월남휴전협정조인이 임박했다는 소문이 파다하게 나도는 가운데 「파리」대 교수이며 저명한 시사평론가인「레이몽·아롱」씨는「르·피가로」지에의 기고에서 월남휴전 전후의 장래를 다음과 같이 내다보았다.
월맹도「베트콩」도「사이공」정부도 월남전에서 패배하지도 승리하지도 못했다. 지금 소집단으로 분산된 월맹군들은「베트콩」특공대로 가장, 「게릴라」활동을 하여 월남점령지역의 제반 행정권을 장악하기가 힘들게 되었다. 미국과 월맹이 회담에 의한 해결책을 모색하는 것 자체가 승자도 패자도 없는 무승부를 반영한 것이다.
현재의 상황으로는 월남전은 미-소-중공과 같은 강대국으로서는 아무런 의미가 없게 됐으며 다만 월남인 자신에게만 의미를 갖게 되었다. 즉 월맹군의 철수와 3파 화해회의 문제를 생각해보면 이 문제는 풀린다.
만약 월맹군이 전부 철수한다면 월남에 진정한 자유선거가 실시될 것인가? 월맹군과「베트콩」은 어떻게 휴전 전까지 월남의 군대와 경찰이 몰아내려는 중요 대상이다.
휴전 후에는 월맹과「베트콩」측 세력은 이론적으로는 월남 총 선거에서 야당이 된다.
「사이공」도「하노이」도 모두 불안해하는 이유가 충분히 있다. 월남지도자들은 공산 측이 점령지역 인사들에 대한 암살작전을 벌이지 않는다는 보장을 받지 못하고 있으며 공산 측도「사이공」의 군대와 경찰이 공산주의자들과 정치범들을 재 투옥하지 않는다는 아무런 보장도 받지 못하고 있다.
3파 화해회의가 수립되는 경우 연정이 월남에서의 모든 권력을 인수받고 현「사이공」정부도 접수하는 결과가 된다.
이 같은 경우「닉슨」이 집요하게 거부해온「연립정부」가 실질적으로 월남에 수립되는 결과가 된다.
왜냐하면 이는 지금까지 월맹 측이 요구해온「월남인의 자결원칙」과 동일한 것이 되기 때문이다. 연정이 수도와 주요도시에만 활동이 제한되는 경우 이는 총선거에 큰 영향을 미치지 못할 것이다.
「키신저」와「레·둑·토」등 회담 관계자들이 모든 가능성중에서 하나의 타협안을 찾아 낼 것이며「티우」대통령도 부득이 타협안에 서명하게 될 것이다.
이 협정의 조항들이 앞으로 각종 문제들의 해결에 결정적인 역할을 하게될 것인가?
이에 대한 의문은 분명히 있다. 3파 화해회의도 국제감시위원단도 미국도 월맹도 휴전협정 발효 후에는 평화와 전쟁을 결정하지 못할 것이다.
월맹과「베트콩」이 무력경쟁을 계속하기를 바란다고 가정한다면 어떠한 해결책의 존재도 불가능하다.
최후의 판가름은 먼저 각기 우발적인 협정위반이 상호불신을 초래하지 않고 보복을 초래하지 않기 위해 아주 정확한 양식을 찾아내는 일이다.
월남이나 월맹의 군대가 어떤 한 때의「게릴라」나「테러리스트」로 변질될 우려는 없는 것인지? 마지막 문제는 상호간 평화를 약속하고 지키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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