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범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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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퇴폐풍조와 반사회적행위를 보다 강력히 다스리기 위해 경범죄처벌대상을 확대·보강하는 경범죄처벌법개정법률안이 내무부에 의해서 마련되었다고 한다.
이 개정안은 무엇보다도 그 처벌대상행위를 종래의 47종에서 56종으로 늘린 것만 보아도 그성격을 알 수 있다.
그 가운데엔 지금까지 처벌법규가 없어서 단속하지 못했던 행위가 물론 포함돼 있다. 가령 휴지·담배꽁초를 함부로 버리거나 침을 뱉는 행위, 공공의 장소나 시설에서 술주정하는 행위, 혹은 줄을 서 기다리는 차례를 무시하고 앞지르는 이른바 「새치기」행위 등이다.
또 새 개정안에는 이미 여러 차례 단속을 하여 즉결 처벌에 넘겼으나 그때마다 법적근거가 없어 법률적인 문제가 되었던 행위도 포함돼 있다. 예컨대 일제단속 때마다 항상 말썽이 되어온 장발족, 그리고 그 한계가 몹시 모호한 투명한 옷 내지는 과대노출행위 등이 그것이다.
뿐만 아니라 이번에 확대·보강된 개정안에는 형사상 또는 보안상의 필요가 인정되기는 하나 기존의 법령으로써도 능히 처벌할 수 있는 행위도 새로이 경범처벌대상행위로 규정된 것을 볼 수 있다. 출입이 금지된 지역에 무단출입하는 행위 등이 그것이다.
대체로 이번 내무부에서 마련한 개정안에 새로이 경범처벌 대상으로 추가열거하고 있는 행위들은 깨끗하고 밝은 사회생활·사회기풍·사회풍조를 위해서는 마땅히 일소되어야 하겠다는 필요성에 대해서는 별 이론을 제기할 사람이 없으리라 생각된다.
특히 거리에 침을 뱉는다거나 휴지·꽁초를 함부로 버리는 행위, 또는 새치기를 하는 행위등은 문명사회의 시민으로서는 부끄러운 행위요, 갈수록 도시화·국제화 되어가는 한국사회에서도 마땅히 배제되어야할 폐습임에 틀림이 없다.
그러나 돌이켜 생각해 본다면 이와 같은 행위들을 반드시 법으로써만 다스려야 되는 것인가, 또는 다스려질 수 있는 것인가 하는 문제에 대해서는 근본적으로 의문의 여지가 있다·
다른 의논을 제쳐놓고 우선 이번에 새로 처벌대상으로 열거하고 있는 대부분의 이른바 「경범행의」는 그 원인이 행위자의 「교양의 결여」에 있다하는 점이다. 가난하기 때문에 배우지 못한 사람들, 급격한 도시화의 물결에 휘말러 엉겁결에 뿌리깊은 촌락생활에서 쫓겨온 사람들이 근대적인 시민생활의 소양이 없음으로 해서 저지른 행위들을 오직 법으로 처벌한다는 것은 어진 일이라고 할 수는 없을 것 같다. 그것은 지나친 법만능주의요, 너무 성급한 태도인 것이다.
아무래도 이같은 「경범」행위에는 의법처단에 앞서 그 보다도 계몽과 교도가 우선해야 될 것이라 믿는다. 정부는 그같은 계몽과 교도를 위해서 동원·이용할 수 있는 「미디어」나 조직에 궁하지 않을 것이다. 무엇보다도 전국에서 벌어지고 있는 「새마을운동」이 이같은 계몽·교도사업을 위한 효과적인「채늘」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한가지 이 기회에 덧붙여 얘기해 두고 싶은 것이 있다. 근자 국내외의 관광「붐」에 덩달아 번져가고 있는 유람지에서의 술주정 행위에 대해서는 주정에 앞서 음주를, 음주에 앞서 술을 마는 행위를 단속해 주었으면 한다. 고궁뜰에서 「알콜」유를 파는 가게를 허가해놓고 술주정만을 단속한다는 것은 불을 피우고 연기는 내지 말라는 얘기와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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