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소리로 이 시대 이 세상과 소통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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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김주홍 ‘노름마치’ 대표(왼쪽)와 일본의 전위 음악가 쓰치토리 도시유키가 호흡을 맞춰보고 있다.

언어가 달라도 음악은 가슴에 스며든다. 음악가들이 외국 연주자들과 협연할 때 초반에 이렇듯 감이 통하는 데 놀라 저도 모르게 외치는 단어가 “세임, 세임(Same, same)”이다. “같아, 맞아”쯤 되는 이 말을 김주홍(42) ‘노름마치’ 예술감독은 일본 재즈 드러머 쓰치토리 도시유키(63·土取利行)와 처음 호흡을 맞춰볼 때 신음처럼 토해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고 작업을 하다보면 음악의 보편성 안에서 각자 제 목소리로 키워온 정체성이 다르다는 걸 확인하게 된다. “벗 디퍼런트(But different)”를 인정하게 되는 단계에 오면 음악은 더 풍성한 조합으로 새 날개를 달게 된다.

김 대표는 이 경험을 새 실험 작업의 제목으로 삼았다. 14~15일 서울 국립극장 KB청소년하늘극장에서 선보이는 융합 프로젝트 ‘SSBD(Same Same But Different)’다.

 “지금 이 시대가 필요로 하는 글로벌 커뮤니케이션을 우리 음악으로 열어보자는 뜻을 담았습니다. 지난 20년 동안 40개국 150개 도시를 장구·징·꽹과리·북·태평소를 무기로 떵떵 울렸는데 이젠 세계가 공감할 수 있는 우리 소리의 포용력을 월드 뮤직으로 더 널리 퍼뜨리고 싶은 거죠.”

 함께 무대에 설 쓰치토리 도시유키는 일본을 대표하는 전위 재즈 드러머로 영국 출신 연출가 피터 브룩의 음악적 동반자로 유명하다. 지난 5월 노름마치와 일본에서 연 합동 콘서트에서 프리 재즈의 정수를 보여준 그는 “노름마치는 한국 전통 음악, 난 일본 고대 음악의 뿌리를 뽑아내 현재로 가져온다는 점에서 통한다”는 소감을 털어놨다.

정재숙 문화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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