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14년 만의 방송산업 청사진, 나오기는 했지만 …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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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드디어 정부가 방송산업발전 종합계획을 내놓았다. 지난 5일 돌연 발표를 연기한 지 닷새 만이다. 하루 다르게 바뀌는 정보통신기술 환경과 글로벌 경쟁 상황에서 우리 방송의 성장 전략을 제시한 것이다. 1999년 방송개혁위원회 보고서가 나온 이후 국가 차원의 방송발전 종합계획이 나온 것은 14년 만의 일이다. 99년 보고서가 방송의 독립성 확보에 초점을 맞췄다면 이번 종합계획은 산업 진흥에 중점을 두었다는 점에서 의미가 적지 않다.

 종합계획에는 ▶방송산업 규제 혁신 ▶방송콘텐트 시장 활성화 ▶스마트미디어 산업 육성 ▶차세대 방송 인프라 구축 ▶글로벌 시장 진출 확대 등 다섯 가지 전략이 담겼다. 방송시장 규모를 현재 13조원에서 2017년 19조원까지 늘리고 1만 개 이상의 일자리를 만들기 위한 실천 방안이 제시됐다. 방송산업을 더 이상 규제가 아닌, 진흥 프레임으로 봤다는 점에서는 일단 긍정적인 평가를 할 수 있다.

 정부는 지금까지 지상파방송이 독점해온 고화질 전송방식(8VSB)을 케이블방송에도 허용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디지털TV를 가지고 있지만 아날로그 케이블TV에 가입해 흐린 화면을 보고 있는 600만 가구가 고화질로 드라마·예능·스포츠를 즐길 수 있게 됐다. 매체별 초고화질방송(UHD) 로드맵을 마련해 콘텐트 제작·장비를 지원하겠다는 방안도 포함돼 있다. 스마트 미디어를 통한 교육·의료 콘텐트 창조 등도 눈여겨볼 만한 대목이다.

 이번 발표로 논란의 종지부가 찍힌 것은 아니다. 대부분의 계획에 구체적인 연도별 추진 방안이 빠져 있다. 시청자 복지 측면에서 당장 시행이 필요한 8VSB 방식의 허용 시기가 ‘2013년 이후’로 애매모호하게 표시돼 있다. MMS(다채널서비스) 허용 기준도 명확히 제시되지 않았다. 세부 방안을 만들 때마다 사업자 간 갈등이 불가피하다. 정부는 산업 진흥과 시청자 편익 증대라는 대원칙에서 발표된 계획을 뚝심 있게 추진해야 한다. 이렇지 않으면 ‘19조원 시장, 1만 개 일자리’는 공염불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