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남협상의 타결기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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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2일 「뉴요크·타임스」지 보도에 의하면 미국과 월맹간의 휴전협정이 오는 15일쯤 조인될 것이라고 한다. 동지는 휴전협정의 최종적인 구체안이 앞으로 「키신저」·「레·둑·토」회담에서 확정될 것이나 그 내용은 지난 10월말에 밝혀진 바 있는 미·월맹간의 휴전협정내용과 실질적으로 대동소이한 것이라고 했다.
지난 10월말 미·월맹간에 휴전협정체결에 관해 합의가 성립되어, 곧 조인 발효되리라는 설이 널리 퍼졌음에도 불구하고 오늘날까지 휴전협정이 성립되지 못한 중요한 이유는 협정내용에 대해서 월남정부가 일대 반발을 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미·월맹간에 합의를 보았다고 하는 9개 항목에 대해서 월남이 내세우고 있는 요구는 ①월맹군의 월남으로부터의 철수를 구체적으로 규정하고, 이를 협정에다 명시하는 것 ②「민족화해 일치전국평의회」의 성격은 단순한 선거관리위로 한정시키고, 그것을 구성하게될 3파를 2파 (월남정부와 「베트콩」임시정부)로 줄이고 제3파의 중립세력을 제외하는 것 ③국제감시위의 기능을 강화하고 이 위원회로 하여금 「전국평의회」보다 상위를 차지하는 권한을 부여하는 것 등이다. 미국은 지난 10월 월맹과의 휴전합의를 서두르는데 있어서 월남의 존재나 의사를 묵살하는 자세를 취했다.
그러나 그 후 월남의 반발이 예상외로 강하고 또 미국자신이 대통령선거전을 끝내 재선된 「닉슨」 대통령의 행정부가 「파리」평화협상을 매듭짓는데 시간적 여유를 갖게 되었으므로 월남정부의 의견을 가급적 휴전협정에 반영시키려는 움직임을 보이게 된 것이다.
이번 「파리」에서 열리는 「키신저」「레·둑·토」회담은 미국 측이 월남의 의견을 반영하여 수정안을 들고 나오는데 이를 토대로 최종적인 타결을 모색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월남이 내세우는 전기 3개 항목은 월남이 계속 생존할 수 있는 최저한의 조건이요, 미국이 월남사태를 해결 짓는데 「명예로운 평화」를 이룩하고자 하려면 반드시 관철시켜야할 주장이다.
월남이 내세우는 3개 항목요구는 지난 10월말의 9개 항목협정에서 지나치게 어긋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월맹군의 철수나 「민족화해 일치전국평의회」의 성격 및 구성의 수정요구에 대해서 「하노이」측은 상당한 난색을 보일 것으로 예측된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파리」협상의 조기타결에 관해 세계적으로 낙관론이 유포되고 있는 까닭은 11월초의 대통령선거전에서 재선된 미국의 「닉슨」대통령이 화전 양양에 있어서 주도권을 되찾았고 또 「베트민」이나 「베트콩」을 도와주고 있던 소련과 중공이 인지반도에서 극화가 지속하는 것을 원치 않고 있기 때문이다.
휴전성립을 초조하게 서두르는 나머지 지금까지의 전우이고 맹방이었던 월남정부의 존재와 의사를 거의 무시하다시피 행동해오던 미국이, 월남의 의사를 크게 존중하는 방향으로 행동하게 된 것을 우리는 기쁘게 생각한다. 만약에 미국이 월남에 대한 신의를 근본적으로 무시하고 이 정부를 평화협상의 제물로 바친다고 하면 「아시아」에 있어서 미국에 대한 신뢰는 근본적으로 실추되고 말것이다. 우리는 평화협상에 합의의 기운이 성숙되어가고 있음을 찬양하면서 그 최종적인 낙착을 예의 주시하는 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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