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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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이제 본격적인 김장철에 접어들었다. 비교적 따뜻한 날씨가 계속된 끝에 두 번째 닥친 한파도 2, 3일 뒤엔 물러가고 김장담그기에 알맞은 기온이 되리라는 관상대의 예보이기도하다.
예부터 김장은 우리네에게는 겨울철의 양식이라 할만큼 식생활에서 큰 비중을 차지해왔다. 근년 국민의 생활양식이 급격히 뒤바뀌고 식생활 면에도 많은 변화가 이루어지고 있으나 김장에 대한 수요와 취향은 여전하다. 때문에 김장감의 작황과 시장동태는 비단 주부들만의 관심을 끄는 일이 아니라 국민전체의 경제생활에 미치는 영향도 매우 직접적이다.
지난여름 전국적인 수해를 입었으나 을 김장감은 평년작을 넘는다는 보도는 무엇보다도 반가운 소식이다.
올 김장감 생산량은 배추 52만여t, 무우 49만t, 고추 7만6천t, 마늘 8만7천t 등으로 무우·배추는 작년보다 다소 적지만 양념감은 생산량이 늘어 평균치면 오히려 작년보다 김장값이 안정된 것이라는 전망이며, 줄잡아 5식구에 1만2천원∼1만5천원 정도면 무난할 것 같다는 얘기다.
살림이 넉넉한 집에서는 대개 고추·마늘·젓갈 같은 양념감을 미리 장만해 두는 습관이 있지만, 일부 가정에서는 김장철이 임박해서야 부랴부랴 사들이게 마련이다.
따라서 정부로서는 올해엔 무엇보다도 무우·배추에 대한 가격안정에 힘쓰는 한편, 양념 값이 뛰지 않도록 각별히 신경을 써야 할 것이다.
과거의 경험으로 미루어보아 김장값의 안정을 꾀하기 위해서는 산지에서 소비지까지의 운반·유통을 순조롭게 해야 한다. 지난날엔 갑자기 초안이 엄습한다든지 큰 눈이 내려 곳에 따라 교통이 끊어짐으로써 김장값이 폭등하곤 했기 때문이다.
유통 면에 장해가 많아질수록 중간상인들의 농간이나 투기가 성행하기 쉽고, 그렇게되면 군색한 가계 속에서 김장값을 마련해야할 주부들을 울리게된다.
그러므로 특히 서울을 비롯한 대도시의 경우 연탄 못지 않게 김장감 수송을 원활히 하도록 관계당국은 빈틈없는 행정 지원을 아끼지 말아야한다.
한편 김장 수요자인 각 가정에서도 동계의 부가결의 식품인 김장을 맛있게 담그고 돈을 아끼는데 좀더 주부들의 지혜를 필요로 할 것이다.
가령 근래 급속히 불어난 「아파트」생활의 경우, 전통적인 김장 저장의 방법으로는 여러 가지 지장이 있기 때문에 개량용기의 보급 등 차차 김장의 형태가 변하고 있는 것이다.
식품위생이나 영양학의 측면에서도 이른바 과학화·합리화의 경향이 두드러지다.
김장은 가정마다 그 맛과 풍격이 같지 않은 법이지만, 현명한 주부라면 종래의 타성적인 김장담그기에서 빠져 나와 좀더 머리를 쓰는 김장담그기가 되도록 창의를 발휘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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