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총선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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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전중 일본수상은 지난 13일 중의원의 해산을 결정하고 오는 12월10일 전후 12번째의 총선거를 실시한다고 발표했다. 기록적인 장기집권으로 전후일본을 이끌어왔던 보수 자민당의 좌등정권의 뒤를 이어, 같은 자민당이면서도 그의 독특한 서민적 기질로 말미암아 70년대 일본정치사의 새로운 장을 열겠다던 전중정권이 집권한 것은 부과 4개월 전의 일이다.
그는 집권 4개월이라는 짧은 기간에 이룩한 중공과의 국교정상화 등 뚜렷한 외교실적과 이른바 『일본열도개조론』이라는 청사진을 내걸고서 일본국민들을 향해 새로운 신임을 물어 장기안정 정권으로서의 기반을 굳히기로 한 것이다.
자유국가, 그 중에도 특히 내각책임제를 채택하고 있는 나라에 있어서의 의회해산과 총선거실시는 한 정권과 그들의 정책방향에 대한 주권자의 신임을 확고히 다짐하는 가장 합리적인 민주적 조치라는 점에서 이번 일본의 경우도 예외는 아니다.
더구나 「샌프런시스코」체제와 미·일 안보체제로부터 「오끼나와」반환과 제4차 방위계획에 이르는 전후시대의 일본 국가목표가 오늘날 전중각영 수상의 배경방문을 계기로 하여 급속히 탈냉전적 「데당트」로의 전환을 이룩하고 있는 마당에 이르러 그와 같은 국책의 질적 수정을 주권자의 의사에 묻는다는 것은 불가피하고도 당연한 정치적 도의라 할 수 있다.
전중수상은 지난 7월 당내 파벌간의 교묘한 정치기술을 구사하여 유력한 경쟁자였던 복전파를 고립시키는 연합전선구축에 일단 성공함으로써 대망의 수상직에까지 오르기는 했으나, 국제질서 재편기에 있어서의 대국일본의 주체적 참획과 야심적인 국토개발에의 착수를 뒷받침하기 위해서는 보다 확실하고 직접적인 국민의 신임과 다수 안정세력의 확보가 필요했을 것이다.
이와같은 사정은 동방정책의 기수인 서독의 「브란트」수상이 양독간의 기본조약이 조인된 직후에 다시 그동안의 실적을 게양하면서 총선거에 임하려는 태도하고도 일맥상통하는 바가 있다.
그동안 전중수상은 집권 직후부터 미·중공 접근에 따른 「닉슨·쇼크」의 후유증으로부터 일본외교를 재건하기 위해 배경을 방문했고, 이른바 「등거리외교」라는 이름의 자주외교노선을 게양하면서 대담한 해빙자세를 취해왔다.
경제적으로는 미국의 요구에도 불구하고 「엥」화의 재절상을 반대하면서, 「포스트·베트남」기의 동남아 경제진출에 대비하는 등 세계를 무대로 한 일본의 새로운 역할 담당을 모색하고 있다.
이처럼 불과 4개월 남짓의 짧은 기간에 괄목할만한 능력과 실정을 과시한 전중수상으로서는 또한 편협한 관료주의의 테두리를 벗어난 「도민재상」으로서의 국민적 인기를 모으고 있어 이번 총선에서의 근의 승리와 의회에서의 자민당의 안정세력 구축은 거의 의심할 여지가 없다.
더구나 사회당을 비롯한 야당 각 파가 비록 『군비를 복지로 돌리라』는 구호를 내걸고 있기는 하나, 일본의 4차 방위계획은 중공의 주은래까지도 긍정적으로 평가했을 만큼 오히려 평화외교의 전제로 간주되고 있어 고도성장의 번영을 구가하고 있는 일본의 『말없는 다수 유권자』는 공소한 좌익 「이데올로기」보다는 전중수상의 「현상유지」 정책을 선택하려 할 것이다.
그러나 일부 부패사례의 의혹도 받고 있는 전중수상의 정치관리자적 기술은 일본의 대국주의 요소와 더불어 일본 국내의 상당수 지식인과 해외, 특히 여러 「아시아」국민들에 대해 일 말의 불안을 안겨주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이제 전중정권의 새로운 진로는 이기적 국가주의의 통폐라 할 인근 우방들의 권익 경시로 흐르는 일이 있어서는 안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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