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단위의 야산 개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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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박 대통령은 9일 전북 익산 지구의 야산 개발 현장을 시찰하고 『개간이 가능한 산지는 한치의 땅도 남기지 말도록 적극 개발하고, 종래의 분산식 개간을 지양, 대단위 개간을 하여 생산 기반을 확충하라』고 지시했다.
그는 또 지역적·입지적 특수성에 따라 적절한 개발 방식을 적응시켜 개발의 경제성을 높이라고 했다. 이러한 지시는 전국토의 8할에 가까운 산지가 사실상 이용되지 못하고 황폐화해 있는 실정으로 보아, 언젠가는 추진되어야 할 과제를 이제 본격적으로 착수하겠다는 신호로 받아들여도 무방할 것이다.
산지 개발은 원래가 백년대계지 사업이므로 그 개발 효과가 늦게 나올 뿐만 아니라 막대한 대금을 투입해야 하는 것이기 때문에 여간해서는 제대로 추진키 어려운 과제인 것이며, 때문에 정부의 각별한 배려와 지원 없이는 효과적인 개발이 추진될 수 없다. 따라서 이제 정부가 산지 개발에 적극적인 지원 태세를 갖추어 가고 있으므로 과학적인 계획을 입안해서 실천 가능한 추진 방법을 찾아낸다면 멀지 않아 이 나라 국토는 그 면모를 일신할 수 있게 될 것이지만, 문제는 좋은 계획과 그 실행 수단을 어떻게 찾느냐 하는 실천 방법에 있다 할 것이다.
우선 산지 개발을 추진하는 기본 추진력을 어디서 찾아야 할 것이냐 하는 기본 문제를 분명히 해 둘 필요가 있다. 개발의 추진력을 이윤 동기에다 둘 것이냐, 아니면 행정력의 발동에 둘 것이냐 하는 문제는 산지 개발에서 맨 먼저 중시되어야 할 국면이다.
원리적으로 말한다면 산지 개발에 있어서도 경제성을 존중해서 민간이 좋은 투자처로서 산지 개발을 착수할 수 있도록 제반 조건을 만들어 주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것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그러나 민간의 자발적 투자를 유도할 수 있는 조건을 만들어 주는 작업은 매우 어렵다는 점에서 이윤 동기를 개발의 추진력으로 원용하는 문제에는 상당한 애로가 따를 것이다.
물론 저리 장기의 재정 대금을 알선하여 충분히 산지 개발에 투하할 태세를 갖추고, 면세조치를 해주는 동시에 생산물 가격을 적절히 보장해 주는 제도적인 개선 작업이 선행된다면 이윤 동기를 개발 추진력의 모체로 원용할 수는 있을 것이다.
그러나 산지 개발을 이처럼 이윤 경기 위주로 추진하는 경우 그 재정적인 부담이 지나치게 커서 이를 좀처럼 실행할 수 없을 것이요, 그렇다면 결국 경제성을 고려하지 않고 행정력에 의해서 이를 추진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러나 지난 20여년간의 산지 정책 효과를 반성할 때 행정력에 의존하는 방식의 효과도 별로 보잘 것 없었다는 점에서 행정력 의존 방식의 성과를 너무 크게 기대해서도 안될 것이다.
따라서 비록 많은 난관이 있다 하더라도 우리의 기본 체제에 적합하도록 이윤 동기를 산지 개발 추진력의 모체로 전제하고, 산지 개발을 계획화해야 한다는 원칙을 확실히 하고서 이 문제를 구체화하는 것이 바람직한 것으로 판단된다.
이윤 방식을 전제로 하는 한, 개발 방식은 필연적으로 경제성이 높은 대단위 개발 방식이 되어야 할 것이나. 이 경우, 산지의 영세 소유 문제를 어떻게 극복하느냐 하는 문제가 제기된다. 그 동안 정부는 산지 개발법을 구상하여 이 문제의 해결 방향을 모색하고 있는데 소유와 개발을 다같이 존중하는 좋은 방안이 제시되기를 기대하고자 한다.
다음으로 산지 개발의 계획화에 있어 당국이 특히 배려해야 하는 사항은 개발 효과가 나타나기 시작할 때의 생산물 수급 관계라 할 것이다. 산지 개발은 장기 사업이기 때문에 생산물 수급 관계를 정밀히 추정하지 않으면 예측하지 못한 난관에 봉착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개발이 제대로 이루어져 생산물이 쏟아져 나왔을 때, 수급 불균형으로 가격이 폭락할 소지를 계획적으로 막음으로써 개발 종목간에 과부족이 없도록 수급 관계를 처음 개발 착수 단계에서부터 충분히 고려해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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