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산·특산의 고장(1)|고산 곶감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7면

풍요한 수확을 거두는 계절-. 한해동안 땀 흘려 가꾼 산과 들에서 싱그럽고도 풍성한 보람을 거둔다. 가을의 이름난 명산지뿐만 아니라 요 몇해 사이 새로운 특산단지로 성장한 수확의 고장을 찾아가 본다.
「곶감마을」이 있다. 전북 완주군 동상면 산천부락은 유명한「고산건시」의 고장이다. 60가구 4백20여 명이 살고 있는 이 산간마을은 대대로 감나무를 심어 곶감을 깎아왔다.
감나무는 줄잡아 1천여 그루. 매년 60여 동(1동은 1백접)의 곶감을 생산한다니 개수로는 60만 개. 한 접에 5백원씩 잡아 3백만원이고 한 집에 5만원 꼴의 소득이다.
해마다 10월초에 감을 따면 인근 고산면 등지에서 아낙네들이 모여든다. 아낙네들은 하루 품삯 3백 원씩을 받고 5∼10일간을 묵으면서 감을 깎으며 곶감을 만든다.
이 마을에 사는 김인환씨(32)는 다른 농사는 짓지 않고 곶감에 전념이다. 작은 나무까지 합쳐 자그마치 1천여 그루를 넘게 가꾸고 있다. 작년에 8동을 딴 데 이어 올해는 10여동이나 수확했다.
곶감을 판 수입은 50만원 가량. 생산비 10여 만원을 빼고 나머지 40만원으로 9식구의 1년 생활을 한다. 1그루에서 15접(7천5백원)을 따기도 했다고 대견해했다. 나무는 집 주위의 10여 그루를 빼고는 모두 산비탈과 골짜기에 있어 낙엽이 그대로 거름이 되기 때문에 관리도 손쉽다. 그래서 김씨는 올해도 고욤나무에 20그루를 접붙였다.
지난해 1등을 수확한 하길수씨(42)는 그 돈으로 학비를 대어 맏아들을 8km쯤 떨어진 고산중학교에「버스」로 통학시켰다.
예부 터 곶감고장인 동산 면은 지난 67년부터 수확이 크게 늘어났다. 주민들의 접목 운동이 일어나 당시 5만 그루에서 이제는 어린 나무까지 합쳐 10만 그루가 넘고 이 가운데 올해 7만 그루에서 2천여 동의 감을 땄다. 1천5백여 동을 생산한 작년보다 5백 동이 는 큰 수확이란다.
지금은 22개 부락의 7백13가구 가운데 86%인 6백10여 가구가 곶감을 깎고 있다는 면장의 얘기다. 『조상들의 덕으로 우리가 살고있으니 우리도 접을 붙입니다』- 산허리를 20∼30m쯤 올라가 있는 감나무를 가리키며 산천부락의 한 주민이 한말이다. <글 이기영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