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남정세의 교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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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작금 파다하게 전해지고 있는 월남 휴전설과 더불어 우리의 특별한 주목을 끄는 것은 미·월맹 측 종전협정안에 대한 「티우」대통령의 의연한 대도이다. 미국은 휴전을 성취시키기 위해 월맹과 미리 타협하여 놓고, 지금까지의 동맹국인 월남에 대해서는 꾸준한 역력을 가하고 있는데 반해 월남은 휴전 후에 혹시라도 공산주의자들이 월남전체를 타고 않을 사태를 미리 방지할 수 있는 확고한 보장을 요구하면서 최후의 저항을 시도하고 있어 동정을 느끼지 않을 수 없다.
어제 본란에서도 지적한 바와 같이 지금 「티우」대통령은 미국이 모색하고 있는 연립공부를 반대할 뿐만 아니라, 미군철수와 동시에 월남전역으로부터 월맹군의 철수 등을 요구하고 있는 것인데 이는 자유를 위해 숱한 희생을 무릅쓰고 월남을 이끌어온 대통령의 입장에서는 너무도 당연한 것이다.
여기서 당연히 회상되는 것이 지난날 한국휴전당시의 역사이다. 역사는 결코 똑같이 되풀이되는 것은 아니지만 20년 전 한국휴전협상의 막바지에서도 이승만대통령은 분단영광화의 휴전을 단호히 반대하면서 연합국의 의표를 찌르고 반공포로를 석방하는 등 의연한 태도를 표시했던 것이다.
미국의 월남종전협상이 이처럼 한국휴전 때와 비슷한 것임을 눈여겨볼 때, 우리에게는 새삼 깨우치는 것이 있는데, 그것은 일국의 장래는 다름 아닌 그 나라 자신의 힘이 없이는 강대국간의 흥정으로 엉뚱한 방향을 걸을 수도 있다는 사실인 것이다.
실로, 월남의 앞날은 그 휴전형태 여하간에 월남국민 스스로가 그동안 전란을 통해 쌓아 온 자유국가 국민으로서의 연한 국가방위의지와 또 그들의 국력을 어떻게 효과적으로 집결할 수 있느냐의 여부로 결정될 것이 분명하다 하겠다.
월남의 경우가 아니더라도, 현금 변천 무상한 국제정세 속에서의 열강사이에 끼여 본의 아니게 희생을 망할 수도 있는 약소국가들의 경우는 여기서 큰 교훈을 얻어야 하는 것이며, 이점 특히 우리 나라도 그 예외일 수는 없다.
다행히도 한국은 오늘의 정보화사회에 있어 모든 점에서 상당히 앞선 나라이다. 산간벽지에도 거의 예외 없이 「라디오」·TV가 들어가 있으며 우리국민의 대다수는 이를 통해 시시각각으로 변천하는 국제정세를 관조하며 판단할 수 있을 만큼 성숙해있다. 특히 금년 들어서의 우리의 주변정세는 미·중공회담, 미·수 회담, 일·중공회담에서 볼 수 있듯이 급변하고 있어 우리의 자주역량이 어느 때보다도 크게 요구되고 있다.
작금의 국제정세의 특색은 단절됐던 국가간에 외교관계가 성립되고 평화공존을 구가하며 통상, 또는 경제협력까지도 대대하는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음은 다 아는 바와 같다. 이를 가리켜 해빙과 다극화 경향에서 파생한 새로운 규모의 협조체제라고도 풀이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명백히 알아야 할 것은 현 국제조류를 형성케 한 동인이다. 그것은 핵 균형을 중심으로 한 무력균형이 이루어짐으로써 「파워·폴리틱스」에 약간의 변화가 일기 시작했을 뿐이라는 점이다.
또한 이와 같은 조류는 긴장 완화에로의 기회인 반면, 그것이 또 하나의 위험을 초래할지도 모르는 유동적인 것임을 잊어서는 안될 것이다.
특히 「아시아」에서의 정세변천은 우리와 직접·간접으로 연관된 미·일 안보조약, 일·화조약, 한·일 조약, 한·미 상호방위조약 등에 영향을 미치게 하고 있다. 그렇지 않아도 「닉슨·독트린」은 현실적으로 가속화하고 있고, 일본과 중화민국의 조약은 일·중공 수교와 더불어 휴지화되었다.
개편되는 주변정세와 더불어 더욱더 크게 요구되는 것은 우리의 자결이다. 10월 유신은 바로 이와 같은 국제정세의 격랑 속에서 나아갈 길을 재정립하며 새로운 정세에 대처해서 활로를 찾기 위한 것이다. 국제정세의 시련을 극복하고 안정과 번영을 보장하는 유일한 길이 다름 아닌 우리들 자신임을 알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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