康법무-金 前총장 누가 거짓말 하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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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누가 거짓말을 하나. 검찰 인사 파동의 직접적 원인이 된 고검장 승진 인사안 작성 과정을 놓고 강금실(康錦實) 법무장관과 김각영(金珏泳) 전 검찰총장이 서로 다른 주장을 펴, 그 진위가 궁금하다.

康장관은 지난 9일 열린 노무현(盧武鉉) 대통령과 평검사들의 토론회에서 "총장이 몇 분을 천거했으나 정치적으로 검찰이 의혹을 받았던 분들이 있어 받아들일 수 없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10일 퇴임한 金 전 총장 측은 康장관 측이 오히려 문제 인사들을 승진 대상자로 지목해 통보했다는 취지로 정면 반박했다.

둘 중 어느 쪽이든 거짓말한 사실이 밝혀지면 회복 불가능한 도덕적 상처를 입게 되는 상황이다.

金전총장=그는 지난 9일 일부 언론에 "문제 인사에 대해 康장관이 먼저 '훌륭한 검사가 아니냐'고 추천해 '이런 저런 문제를 잘 고려해야 한다'고 했다"면서 "康장관이 아무런 상의 없이 인사안을 확정해 검사들에게 통보하라고 했다"고 말한 것으로 보도됐다.

또 "대통령과 전국 검사들의 대화에서 康장관이 거짓말로 일관했다"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식으로 사임 의사를 밝히기 위해 10일 오전 9시30분쯤 과천 법무부 청사를 찾은 그는 "장관이 정말 거짓말을 했는가"라는 취재진의 질문에 "견해가 다를 수 있다"고만 답하고 장관실로 들어섰다.

그는 장관실에 30분 이상 머문 뒤 굳은 표정으로 청사를 나섰다. "왜 두 사람의 얘기가 다르냐"는 물음에 金전총장은 "누군가 기억을 잘못했던 것 같다"고 말했다.

기억을 잘못한 사람이 누구냐고 묻자 "내가 기억을 잘못했으면 내가 (일부 언론에)이렇게 얘기하겠느냐"면서 장관의 얘기가 사실과 다르다는 주장을 분명히 했다.

康법무=그는 "이 문제에 대해 더 이상 얘기하지 않겠다"면서 즉답을 피했다. 그러면서도 康장관은 "구차하게 얘기하고 싶지 않다"고 말해, 金전총장 주장에 대한 반감을 내비쳤다.

康장관은 또 "두 사람만 있을 때 일어난 일에 대해서 얘기하지 않는 게 옳다고 본다"면서 "(金전총장이)퇴임하셨는데 이렇다 저렇다 얘기하는 것은 총장에 대한 예의가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토론회에서 그같은 발언을 한 배경에 대해 康장관은 "검사들이 인사 문제에 대해 한 번도 협의가 없었던 것처럼 질문해 답변을 했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번 인사안 작성에 앞서 검찰 측과 사전 협의를 했다는 의미다.

이에 대해 한 검찰 고위 간부는 "평검사들 사이에 이번 인사안이 '밀실'에서 만들어졌다는 얘기가 돌고 있지만 사전 협의 부분은 두 사람만 알 문제여서 속단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강주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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