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공해요인 양계·양돈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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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밀집한 주택가 근처에 위치한 양계장과 양돈장이 시민의 보건위생을 크게 위협하는 새로운 공해요인으로 문제가 되고 있다.
서울시에 최근 접수된 주민들의 철거진정은 성북구 월계동51, 동대문구 면목1동436과 405일대, 성동구 능동451, 풍납동221 일대 등 4건이다.
이 가운데 가장 대표적인 예는 지난 9월 28일 이창이씨(40·면목1동409) 등 주민 32명이 이웃인 면목1동 401의12에 있는 손일환씨(46·면목1동342) 소유 양계장 철거를 진정한 면목1동436과 405일대의 경우.
대지 4백여평에 세워진 이 양계장은 주택과의 거리가 10m내외. 40m이내에만도 40여 채의 주택이 밀집해 있다.
이 일대 주민들은 한결같이 1만여 마리의 닭과 닭똥냄새가 코를 들 수 없을 정도로 집안에 배어들고 파리·모기 등이 들끓어 견딜 수가 없다고 진정하고 있다.
특히 양계장에서 가장 가까운 거리에 있는 박귀녀씨(30·여·면목1동436의5) 집에서는 한낮이나 날씨가 흐린 날엔 하루종일 문을 열 수가 없다고 했다.
양계장과 30m 거리에 있는 이은숙씨(46·여·면목1동 405의1)는 악취가 코를 찌르고 몰려드는 파리 때문에 장독대 뚜껑을 열 수 없다며 하루에도 수백 마리의 파리를 잡는 것이 일과처럼 되어버렸다고 하소연했다.
양계장 바로 옆에 2백여평의 대지를 갖고 있는 이창이씨(40)는 지난 9월 17일 평당 2만원씩에 대지를 팔려고 했으나 원매자가 현지 답사끝에 닭장주변에다 집을 지을 수 없다고 거절, 땅이 팔리지 않는다고 했다.
이에 대해 양계장 관리책임자 손복영씨(29·주인 손씨의 조카)는 이번 진정서는 이창이씨가 선동해서 만든 것으로 주민들의 전체 의사가 아니라고 주장, 철거진정에 맞서고 있다. 손씨는 양계장은 이 일대 주택이 들어서기 전인 4년 전부터 경영하고 있다고 전제, 『아직도 주택주변 공지에 계분보다 더한 인분을 사용하면서까지 농사를 짓고 있지 않으냐』고 반문하면서 계분은 이틀에 한번씩 외지로 실어낸다고 말했다.
9일 현재 시내에 있는 양계장은 1천3백52개소, 양돈장은 1천2백56개소로 이 가운데 3백여개소가 밀집한 주택가 근처에 있다는 시 당국의 말.
서울시는 주민들의 진정이 늘자 주택가 근처의 사육장을 현지답사, 공중위생을 해칠 우려가 있다고 인정되는 1백2개소의 사육장을 적발했다.
그러나 적당한 제재법규가 없어 전염병 예방법 39조(1종전염병예방조치)를 원용, 적발된 사육장을 경찰에 고발했으나 처벌규정(동법56조)이 벌금 1만원이하가 고작이어서 사육주가 자진 철거하지 않는 한 주민들의 요구를 풀어줄 길이 없다는 것이다. <오만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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