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년작 못 미칠 올 벼농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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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올 벼농사가 흉작을 면하기 어렵게 됨에 따라 새해의 쌀 사정은 외미에 크게 의존해야 될 것 같다.
농촌진흥청 조사에 따르면 올 벼농사는 목표 2천9백93만섬에 비해 3∼4백만섬이 감수, 어쩌면 평년작(72평년작 2천6백70만섬)에도 훨씬 미달될 것으로 추정되고 있는데 이러한 작황은 4년만에 처음 맞는 흉작이다.
올 벼농사가 이처럼 흉작을 면키 어렵게 된 가장 큰 원인은 이상저온 때문.
지난 8월 중순 이후 지금까지 전국의 기온은 예년보다 평균 3∼5도가 낮다는 것이며 이러한 이상저온 현상으로 지난 9월말까지 벼이삭이 완전히 패지 않은 것만도 전국에서 17만 정보에 이르고 있다는 농촌진흥청의 분석이다.
예년 같으면 8월초부터 벼이삭이 패며 만생종 벼도 첫서리가 내리는 10월 중순까지 완전히 여물어 추수기에 들어간다.
따라서 9월말 현재까지 출수가 지연되고 있다는 것은 사실상 수확을 기대하기 어려우며 실사 수확이 가능하다고 해도 쭉정이가 많은 쌀이 된다는 농산 당국자의 의견이다.
이렇듯 올 벼농사가 흉작을 기록하게 될 경우 새해 쌀 사정은 외미에 크게 의존할 수밖에 없는데 올해 수확량을 2천6백만섬 수준으로 본다면 외미 비율은 올해의 약5%에서 25%로 4배나 증가할 전망이다.
즉 올해 외미 도입량은 총체적으로는 5백만섬(80만t)에 달했지만 실제 소비된 양은 l백만섬을 조금 넘어 도입외미의 대부분이 내년으로 이월될 예정인데 비해 새해에는 국내산 쌀 공급량이 흉작으로 크게 줄어들 것이 명백하기 때문에 그 부족분은 외미로 메울 수밖에 없는 것이다.
따라서 새해의 쌀 수요를 3천5백만섬으로 본다면 외미 비중은 9백만섬에 이를 전망이며 올해 도입한 외미 중 약 4백만섬이 내년으로 이월된다고 해도 다시 5백만섬(80만t)을 도입해야 한다는 계산이 된다. 수급문제는 이처럼 외미 도입으로 균형을 유지할 수 있겠지만 흉작에 따른 일반미 가격이 크게 오를 것으로 예견되고 있어 새해에는 곡가 대책과 정부의 종합물가 대책과의 합리적인 조정문제가 다시 「클로스업」될 것 같다.
올해 정부미 판매실적(하루평균 3∼4만 가마)에서도 볼 수 있듯이 도입 외미는 미질이 좋지 않기 때문에 일반 국민은 외미를 거의 외면하고 있다.
일반국민의 질 좋은 국산미에 대한 강한 선호도는 자연 국산미에 대한 초과수요로 나타날 것이며 이는 일반미 값 오름세를 부채질 할 것이 명백하기 때문이다.
농림부는 현재 곡가대책의 하나로 서울·부산·대구·인천 등 4대 도시에서는 일반미 판매를 금지, 정부가 지정한 값으로 정부미만 유통시키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쌀값 비상대책은 햅쌀 출하가 본격화 될 l0월 하순께는 해제될 것으로 보이며 따라서 새 미곡년도가 시작되는 11월부터는 새로운 쌀값 대책이 마련돼야 하는 것이다.
앞으로도 쌀 소비를 절약시킨다는 취지는 변함없을 것으로 보이지만 그러나 쌀 소비 절약을 유도키 위한 방법론에서는 정부의 종합물가 대책과 관련, 큰 변화가 있을 것이 명백해지고 있다.
무엇보다도 물가안정 정책과 관련하여 소비자를 상대로 한 고미가 정책은 거의 실현 불가능한 실정이기 때문에 쌀값 안정을 전제로 한 쌀 소비 절약 시책으로 갈 수밖에 없고 이렇게 되면 현재의 비상 쌀값대책 못지 않은 통제정책이 강구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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