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제니친 붐 영향|파계한 프랑스 공산당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4면

【파리=주섭일 특파원】9윌 하순에 접어들면서「파리」의 문화계는 소련의「노벨」상 수상작가「알렉산드로·솔제니친」의「붐」을 이루고 있다. 9월 초순「렉스프레스」지는「스웨덴」한림원이 발표한 그의「노벨」문학상 수상연설을『부르짖음』(Le Cri)이란 제목으로 전문 게재했으며 15일엔 『1914년 8월14일』제1부가「프랑스」어로 출판되었다. 또한 영화화된 노벨상 수상작『「이반·데니소비치」의 하루』가「파리」3개 극장에서 개봉됐는가하면「르·몽드」를 비롯한 각 신문들이 다투어「솔제니친」특집을 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솔제니친」의「붐」에 따라 특히 주목을 끄는 것은「프랑스」공산당이「솔제니친」의 경우를 들어 소련공산당의 문화정책을 규탄하고 나섰다는 사실이다. 「솔제니친」의 케이스가 쟁점으로 처음 등장한 것은 지난 12일『사회주의세계…성공이냐, 실패냐』라는 제목의 집권당 민주 공 화 연맹 서기장「알렝·페이즈피트」씨와 프랑스 공산당서기장 대리「조르지·마르세」씨와의 논 전에서이었다.
마르셰씨는『프랑스 공산당의「프로그램」에는 창조의 자유 없이 창조의 개화가 존재할 수 없고 표현의 자유와 방송의 자유 없이 사상의 개화가 있을 수 없다고 강조돼 있는 점』을 상기시켰다. 이 문제에 있어서 소련공산당은 프랑스 공산당과 견해를 달리하고 있다고 단정한 그는「솔제니친」의 작품이 소련에서 출판되지 않고 프랑스 등 타국에서만 출판되어 노벨상을 수상하는데 난관이 있었다고 비난하면서 자연과학과 문학예술분야에 대해 당이 간섭하지 말아야하며 프랑스공산당은 이 원칙을 지키고 있다고 밝혔다.
이 논 전의 내용은 프랑스 공산당 기관지 뤼마니테에 전개됐는데 이것은 소련공산당지도층이나 소련작가동맹에 큰 충격을 준 것이 틀림없을 것 같다. 아직 소련으로부터는 아무런 반응이 없으나 적어도 국제공산주의운동에 균열을 일으켰다는 데는 재론의 여지가 없는 것이다.
이것은『문학예술은 당과 인민을 위해 봉사하도록』규정한 마르크스주의문학이론에 대해 프랑스공산당이 파계한 것이나 다름없다고 할 수 있다. 더욱 지금까지 사회주의문학이론에 가장 충실했던「레트르·프랑세즈」지도 솔제니친의 연설문을 이례적으로 실어 지금까지의 입장을 수정하기에 이르렀다.
프랑스 공산당의 이 같은 궤도수정은 그들이 늘 주장하는 마르크스 이론을 정면 거부하는 것이며 지금까지 어느 나라 공산당도 이같이 문학예술에 대해 불간섭원칙을 선언한 적이 없다. 몇 해전 체코사태 때 만해도 프랑스 공산당은 소련의「체코」침공을 비난한 1급 공산주의문학이론가「앙리·르페브르」를 제명한 적도 있는 것이다.
그러면 프랑스 공산당이 이 같은 입장을 취한 까닭은 무엇인가. 여러 가지 관측이 나돌고 있지만 내년3월 선거에 대한 포석이라는 것이 지배적인 견해다. 프랑스 공산당은 사회당과 연합전선을 펴고 선거운동에 임하려는 상황에서 어쩔 수 없이 문학·예술의 자유를 선언하게 됐다는 것이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