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고객 납치 도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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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지난 12일 상오 11시10분쯤 국민은행 아현동 지점 (서울 마포구 아현동 330의 2)에서 예금했던 돈 66만원을 찾아 나오던 이정수씨 (38·마포구 아현동 340의 44)가 은행 앞에서 30대의 괴한 2명에게 납치됐음이 뒤늦게 밝혀졌다.
범인들은 미리 대기해 놓았던 서울 관1-1547호「넘버」를 단 흑색 구형「코티나」에 이씨를 강제로 싣고 서울 대교 쪽으로 달리다 상오 11시20분쯤 차가 마포구 공덕동 156 앞길에 이르렀을 때 차안에서 반항하는 이씨와 격투를 벌였다.
범인들은 격투 중 「카빈」 3발을 난사, 때마침 길을 가던 박정순씨 (38·여·마포구 염리동 27의 1)가 유탄에 오른쪽 팔 관통상을 입었고 차는 뒤 오른쪽 창문이 박살났다.
현장을 목격한 김대수씨 (52·마포구 공덕동 150의 3)는 『총소리가 나고 박 여인이 쓰러진 뒤에도 차안에서는 남자 2명이 엎치락 거리며 격투를 하고 있었고 「코티나」는 시속 60km의 속도로 서울 대교 쪽으로 계속 질주했다』는 것이다.
근처에서 구멍가게를 하는 이모씨 (서대문구 평창동)에 의하면 범인 중 1명은 35세 가량으로 1백67cm의 키에 경찰 작업복 (국방색)에 경찰「마크」가 들어 있는 작업모·군화를 신고 있었으며 경찰복 위에 「베이지」색 「잠바」를 입고 이마가 좁고 광대뼈가 나왔다고 한다. 다른 1명은 1백73cm의 키에 얼굴이 길고 감색 남방 샤쓰를 입었으며 나이는 32세쯤 되었다.
마포 경찰서에 수사 본부를 차린 경찰은 추석 대목을 노린 은행 강도의 소행으로 보고 지난 7월27일 상업은행 용산 지점 앞 납치범들과 동일 범으로 보고 수사하고 있다.
지난 7월27일 상오 11시30분쯤 상업은행 용산 지점 (용산구 한강로 1가)에서 발생한 납치사건은 예금돈 55만원을 찾아 나오던 김영근씨 (52·상명 국교 고용원)가 경찰 여름 복장을 한 범인 등 4명으로부터 서울 관1-741 검은색 「코로나」에 납치되어 돈을 빼앗기고 이날하오 경기도 광주군 돌마면 분점리 태제 고개 참나무에 결박된 채 발견되었었다.
경찰은 범인들이 ①경찰 복장을 했으며 ②장물로 보이는 차량 「관」 번호 판을 달아 검문을 쉽게 피하고 ③범행 장소가 장기 주차가 가능한 곳이었고 ④북한 적십자 대표단 입경으로 은행에 배치된 경찰 병력이 연도 경비에 투입된 사실을 이용했다는 점 ⑤서울 대교· 제2한강교 등을 이용, 쉽게 타 경찰서 관할로 넘어 간다는 점등으로 보아 치밀하게 계획된 범행으로 전직 경찰관·정보원 등을 중심으로 수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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