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여야의 국회 정상화 합의를 환영한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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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새누리당과 민주당의 대표·원내대표가 어젯밤 국회 정상화에 극적으로 합의했다. 국가정보원 개혁 특별위원회 설치와 국가기관 대선 개입 특별검사 실시를 놓고 양당이 한 걸음씩 양보한 덕분이다. 일단 특위는 설치하되, 특검은 계속 논의하는 쪽으로 정리됐다. 뒤늦었지만 대화로 문제를 풀려는 여야 지도부의 의지와 노력은 높이 평가할 만하다.

 앞으로 여야 지도부는 이번 합의안이 순조롭게 실행되도록 강력한 리더십을 발휘해야 한다. 합의 내용에 대해 여야에서 각각 이견이나 불만이 있을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특검 사수’를 주장하던 민주당 강경파들의 반발이 예상된다. 민주당 지도부는 오늘 의원총회에서 이들을 설득해 합의안을 실행하도록 최선을 다해야 한다. 민주당 의원들도 합의 정신을 존중해 지도부에 힘을 실어줄 필요가 있다. 사법절차가 진행 중인 사안에 대한 특검 실시는 부적절한 만큼 특검 시기와 대상을 추후 논의하자는 이번 합의안은 무난한 편이다.

 여야 동수로 구성되는 특위의 위원장은 민주당이 맡는 것으로 정리됐다. 새누리당은 일방적으로 방어만 하려는 수세적 입장에서 벗어나 적극적으로 국정원 개혁 논의를 진행해야 한다. 그래야 힘들게 성사된 특위가 건전한 결과물을 만들어낼 수 있다. 다만 앞으로 특위를 진행하더라도 국정원의 안보 기능을 제약하거나 훼손해선 안 된다. 긴박해진 국가안보 여건을 고려한다면 더욱 그렇다.

 지금 국민의 관심은 특위나 특검보다 온통 민생에 쏠려 있다. 국민 생활과 직결돼 있는 민생법안은 줄줄이 국회 통과를 기다리고 있다. 또 헌법에 규정된 내년도 예산안 처리 시한은 이미 넘은 상태다. 여야는 사상 초유의 한국판 셧다운이 일어나지 않도록 연내 예산안을 조속하면서도 꼼꼼히 심사·처리해야 한다.

 한편 청와대는 여야의 합의를 계기로 국회와 소통하는 유연한 자세를 보여야 한다. 지금까지 청와대는 정치를 비효율적인 절차나 걸리적거리는 존재로 여기는 등 과거 권위주의적 행태를 보이고 있다는 지적을 받곤 했다. 정치의 복원은 여야와 청와대의 합작품으로 이뤄질 수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