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털리」부인의 사랑』 두 번째 원고|『「존·토머스」와 「레이디·제인」』 출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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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영국이 낳은 세계적 문호 「D·H·로렌스」(1885∼1930)의 명작 『「채털리」부인의 사랑』이 세 차례에 걸쳐 고쳐 씌어졌다는 것은 이미 알려진 사실이다. 이 『「채털리」부인의 사랑』의 2번째 원고 『「존·토머스」와 「레이디·제인」』이 최근 미국과 영국에서 처음으로 출판되어 화제를 일으키고 있다.
「로렌스」가 『「채털리」부인의 사랑』 초고를 완성한 것은 1927년2월이었으며 그로부터 몇 달 후 이를 개작한 것이 『「존·토머스」와 「레이디·제인」』이다. 지금까지 세상에 알려지고 있는 『「채털리」부인의 사랑』은 첫 개작한지 6개월 후에 다시 쓴, 말하자면 3번째 작품이다.
이들 3개의 작품은 대체적인 줄거리는 같으나 등장인물의 성격이나 끝맺음은 각각 다르다. 따라서 이번 『「존·토머스」와 「레이디·제인』의 출판은 같은 로렌스의 작품이지만 과연 어느 쪽이 더 높은 가치를 지니고 있느냐 하는 새로운 문젯점을 제기하고있다.
구미출판계에서는 시끄러운 논쟁으로 발전할 여지가 있다고 전망한다. 아직 본격적인 논쟁단계에 접어들지는 않았지만, 논쟁의 초점은 제2작인 『「존·토머스」와 「레이디·제인」』을 우수하다고 생각하는 편과 『「채털리」부인의 사랑』을 우수하다고 생각하는 두 갈래로 명확히 구분되고있다.
많은 전문가들이 그래도 『「채털리」부인의 사랑이 제일 낫다』고 평하는데 반해 『「존·토머스」와 「레이디·제인」』을 출판한 미 「바이킹·프레스」의 문학고문 「맬컴·콜리」(문학비평가)는 『「존·토머스」와 「레이디·제인」』이 다른 어느 것보다 사회적 관심계급감정 따위가 두드러지게 드러나 훨씬 우수한 느낌을 주었다고 평했으며 많은 비평가들이 그의 견해에 동조했다.
『「채털리」부인의 사랑』이 첫 출판된 것은 「로렌스」가 죽기 2년전인 1928년이었는데 당시 「로렌스」가 자비로 「이탈리아」 「플로렌스」에서 2백부를 찍어 내놓자 미국과 「프랑스」에서 재빨리 해적판이 쏟아져 나왔다. 당시 이 해적판의 책값은 권당 50「달러」로서 이 책의 인기를 여실히 나타냈다.
『「존·토머스」와 「레이디·제인」』은 54년 「이탈리아」에서 처음으로 번역 출판됐었는데 이때에는 별로 관심을 끌지 못했다. 『「채털리」부인의 사랑』보다 약2만 단어가 더 많은 『「존·토머스」와 「레이디·제인」』은 분량으로 봐서도 상당량을 『「채털리」부인의 사랑』에서 삭제한 것으로 추정, 더욱더 노골적인 장면이 많이 나올 것으로 생각되고 있다.
작품의 우열문제는 차치하고라도 3개 작품가운데 「로렌스」가 『「존·토머스」…』에 가장 심혈을 기울였으리라는데는 많은 사람들이 동감을 나타내고 있다. 「캘리포니아」대학교영문학교수 「마크·쇼러」는 『이 작품이 첫 번째 작품보다는 낫지만 3번째 작품보다는 못하다』고 말한데 대해 어떤 학자는 『3번째 작품은 두 번째 작품을 정리한 것에 불과하기 때문에 비교할 수 없다』고 반박한다.
여하튼 이 책이 일반 판매되면 이 논쟁은 더욱 가열할 것이 틀림없다. <뉴요크·타임스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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