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랑트레」의 계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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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어느새 9월. 가을이 성큼 다가왔다.
프랑스 사람들은 9월을「랑트레」의 계절이라고도 한다. 랑트레란「돌아간다」는 뜻이다.
프랑스에서는 신학기가 9월부터 시작된다. 그러니까 어린이들에게는 긴 방학이 끝나고 학교로 돌아가는 때이다.
어른들에게 있어서는 바캉스를 끝내고 집에 돌아가는 철이라는 뜻이된다. 누구에게 있어서나 9월은 현실로 돌아가는 계절이 된다.
물론 「바캉스」에서 돌아와야 할 사람들은 프랑스인들만이 아니다.
타임지 최근호에 의하면 이번 여름에 바캉스여행으로 뗘난 유럽인이 7천5백만명, 15년전의 3배나 된다 한다.
서독인구의 절반은 집을 떠났다. 네덜란드인의 반수도 국경의 수였다.
프랑스 국민의 46%가 한달씩이나 되는 바캉스 여행을 하는 통에 모든 게 마비상태에 빠졌다. 로마도 예외는 아니었다.
그러나 9월이면 모두 집으로, 직장으로, 학교로 돌아와야 한다. 어쩔 수 없이 돌아와야 하는 것이다.
바캉스란 현실로부터 벗어나려는데 뜻이 있다. 따라서「비현실의 시간」이 바캉스라고 할 수도 있다.
바캉스가 이를데 없이 즐거운 것도, 쪼그리고 바캉스가 끝난다는게 다시 없이 서글픈 것도 이런 때문이다. 그러나 사람들이란 언제까지나 바캉스를 즐길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언제까지나 비현실의 세계속에 머물러 있을 수 만은 없는 것이 사람이기 때문이다.
누구나 9월이 되면 현실로부터 유추된 로맨스로부터 일상적인 세계로 돌아와야 한다. 꿈에서 깨어나야 하는 것이다.
꿈은 어디까지나 꿈이다. 꿈이 없는 사람처렴 가난한 사람은 없다. 그러면서도 꿈만으로는 살아가지 못한다. 현실의 꿈을 키우고, 또 꿈이 현실을 기름지게 하는 것이다.
이제는 9월이다. 랑트레의 계절이다. 이제는 꿈에서부터 빨리 돌아오는 것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바캉스의 계절은 이제 끝난 것이다.
물론 바캉스에서 키운 꿈을 그냥 다 버려야할 까닭은 없다. 꿈처럼 아름다운 것도 없기 때문이다. 그러기에 현실 생활 어느 구석엔가에 8월의 자연과 함께 부풀었던 꿈의 입김이 살아 남아있을게 틀림 없는 일이기도 하다.
9월은 우리에게도 랑트레의 계절이다. 들뜬 마음을 차분히 가라 앉힐 철에 우리는 들어선 것이다. 특대활자들 사이에 가려서 얼핏 눈에 띄지 않는 5호 활자들로 엮어지는 우리들의 일상적인 현실을 오늘의 신문에서 가려 볼 때가 된 것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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