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부사장 5명 사장 승진 … '1등 DNA' 계열사 전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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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은 2014년 사장단 인사에서 삼성전자 부사장 5명을 사장으로 승진시키며 성과주의 인사 원칙을 재확인했다.

 삼성그룹은 2일 사장 승진 8명, 전보 8명 등 16명 규모의 2014년 정기 사장단 인사를 발표했다. 이번 인사에 담긴 메시지는 ‘성과 있는 곳에 보상 있다’는 삼성식 성과주의와 ‘삼성전자의 성공 DNA를 계열사로 전파하라’는 그룹성장 전략으로 정리된다. 올해 부회장 승진자는 나오지 않았다. 부사장 이하 임원 인사는 이번 주 내 회사별로 발표할 예정이다. 우선 올해 사상 최대 경영 실적을 낸 삼성전자의 부사장들이 대거 사장단에 이름을 올렸다.

 김영기(51) 삼성전자 부사장이 사장으로 승진하며 통신장비 사업의 성과를 인정받았다. 김 사장은 코드분할다중접속(CDMA)과 와이브로 세계 최초 상용화에 큰 역할을 맡았던 통신시스템 전문가다. 삼성전자 무선사업부에선 김종호(56) 부사장이 세트제조담당 사장 겸 글로벌제조센터장으로 승진했다. 삼성디스플레이 박동건(54) 부사장도 차세대 디스플레이 개발을 이끌 적임자로 지목되며 사장으로 승진했다. 김기남(55) 삼성디스플레이 대표는 전자 DS부문 메모리사업부장(사장)으로 옮겼다.

 이번 인사에서 그룹 계열사로 이동하는 삼성전자 출신 승진 사장들의 역할이 주목된다. 삼성전자의 성공 경험을 이식하라는 이건희(71) 회장의 메시지가 담겨 있기 때문이다. 반도체 전문가인 조남성(54) 부사장은 소재 전문기업으로 변신 중인 제일모직 대표이사 사장으로 승진 이동한다.

 삼성벤처투자 대표이사 사장으로 승진하는 이선종(55) 삼성전자 부사장은 재무관리 전문가로 유망 벤처 발굴 및 투자에 역량을 쏟을 전망이다. 전동수(55) 삼성전자 DS 부문 메모리사업부장 사장은 글로벌 토털 IT 기업으로 도약을 꾀하는 삼성SDS의 대표이사 사장으로 자리를 옮긴다.

 반면 실적 부진으로 침체된 삼성생명·삼성화재·삼성카드 등 삼성그룹 금융 계열사 수장이 교체됐다. 삼성생명·삼성화재의 경우 모두 회계연도 기준 상반기(4~9월) 순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10%가량 줄었다.

 특히 총자산 188조원으로 그룹의 최대 금융계열사인 삼성생명 박근희(60) 부회장이 삼성사회공헌위원회로 이동한 점이 눈에 띈다. 부회장으로 승진한 지 1년밖에 안 됐지만 기대에 못 미치는 실적과 최근 불거진 삼성생명 설계사의 고객자금 횡령 사건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신임 김창수(58) 삼성생명 대표는 삼성화재에서 국내 은퇴준비자를 대상으로 신규 계약자 수를 크게 늘리고 중국 자동차보험시장 등 글로벌 시장 개척에 적극적이었다는 점이 인정받았다는 평가다.

 신임 안민수(57) 삼성화재 대표는 2010년부터 삼성 금융사장단협의회 사무국장을 맡아 금융계열사의 경쟁력 강화전략을 수립해왔다. 삼성카드 대표이사 사장으로 승진한 원기찬(54) 삼성전자 부사장은 인사 전문가로 삼성카드에 ‘전자 DNA’를 이식하는 미션을 수행할 전망이다. 최치훈(56) 삼성카드 사장 역시 삼성물산 대표이사로 자리를 옮긴다.

 이밖에 5년간 삼성벤처투자를 이끌어온 최외홍(61) 사장은 사회공헌위원회 위원으로 자리를 옮겼다. 삼성물산 정연주(63) 부회장도 고문으로 한발 물러났다.

 한편 승진과 함께 에버랜드로 적을 옮긴, 이서현(40) 사장과 더불어 제일모직 윤주화(60) 패션사업 총괄 대표이사 사장 역시 삼성에버랜드 대표이사 사장 겸 패션부문장으로 수평 이동해 계속해서 패션 업무를 맡는다. 삼성에버랜드 김봉영(56) 대표이사 사장은 자리를 유지하며 리조트/건설부문장을 겸한다.

박수련·이태경·정선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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