멍든 수해지방에 다시 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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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수재로 멍든 중부지방에 25일 또 비가 내려 수재민들은 엎친 데 겹치기의 재난 속에 빠졌다. 침수됐던 집을 찾아 무너진 담벽이며 지붕을 정리하던 이재민들은 25일 새벽부터 또다시 비가 내리자 안타까이 하늘만 쳐다보며 원망했다. 「5일 작전」으로 수해의 긴급복구작업을 서두르고 있는 재해대책당국은 이날의 복구작업을 일부 중지했으나 군 지원 복구작업과 예비군들은 비속에서도 복구작업을 강행했다. 서울시는 시 직원을 비롯, 제방감시원 등 수방요원 전원에게 비상경계령을 내리고 경계를 철저히 하도록 긴급 지시했다.

<재민 수용소>
6일 동안이나 침수되었다 24일 하오부터 물이 빠져 밤을 새우며 복구작업에 나섰던 서울 영등포구 신정동·목동 수재민 5만여 명은 25일 새벽부터 내린 비로 개울이나 저지대에 다시 물이 괴기 시작하자 작업을 일단 중단, 비를 피해 아직 마르지 않은 집안에 웅크리고 앉아 비가 개기를 애타게 기다리고 있다.
이 가운데 집이 마르지 않아 입주하지 못하고 안양천·도림천 둑 위 천막에 가구를 놓고 집안에 쌓인 토사를 퍼내고 가재도구를 햇볕에 말리는 등 복구작업에 바빴던 2만여 수재민들은 이날 상오 3시부터 모두 일손을 놓고 근처수용소로 피하거나 마르지 않은 집에 앉아 빗방울을 원망스럽게 바라보고 있었다.
안양천 둑에 친 천막 속에서 1주일을 보낸 이웅철씨(42·신정동 149)는 『다시 비가 오니 춥다』고 말하며 「라디오」일기예보에 귀를 기울였다.
용산구 한남동 한남국민학교에 수용돼 있는 이재민(59가구 3백54명)들은 비가 내리자 지난 19일의 악몽을 되씹으며 우울해했다.
이재민 임순택씨(42·용산구 한남동 610)는 집이 완전히 부서져 오도가도 못하고 있는데 25일 중으로 학교교실을 비워주어야 한다는 동직원의 말에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이재민 문영린씨(21·용산구 한남동 634)는 21일 침수된 자기 집 구들장을 뜯어놓았으나 비가 와서 일을 못하고 있다면서 날씨라도 개었으면 이재민들에게는 큰 도움이 되겠다고 했다.
서울 마포구 망원동222 일대 8천여 주민들도 근처 분뇨처리장이 지난번 침수 때 넘쳐흘러 온 동네 지붕과 담벽은 오물로 뒤범벅, 악취가 심했는데 미처 다 제거하기도 전에 또 비가 내려 숨조차 쉬기 거북할 정도라고 했다.

<복구사업>
서울시 재해대책본부는 25일 상오 현재 긴급복구를 필요로 하는 4백38개소의 피해지역 중 3백37개소를 복구 완료했는데 25일 비 때문에 나머지 1백1개소 작업에 큰 지장을 받고 있다. 따라서 이 지역에 다시 피해가 우려되는 것은 물론, 이미 복구된 3백37개소도 항구적인 완전복구가 아니고 긴급작업만을 실시했기 때문에 비가 계속 내릴 경우 다시 파손될 염려가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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