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월남 평화 안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미국과 공산월맹사이의 비밀협상에서 월남전쟁을 군사·정치적으로 매듭짓기 위한 새롭고도 중대한 진전이 이뤄진 듯한 기미가 엿보이고 있다.
「닉슨」미대통령의 특별 보좌관 「헨리·키신저」박사는 주례 「파리」평화회담이 재개된 이래 세 차례나 월맹대표단 고문이자 정치국원인 「레·둑·토」와 비밀협상을 진행시켜 왔다. 또 평화협상의 배후주역인 「키신저」보좌관이 「파리」회담을 포함하여 『월남문제의 모든 국면을 재검토하기 위해』갑자기 월남을 방문하는가 하면 「사이공」방문에 뒤이어 「하노이」·북경·「모스크바」의 순방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
그의 회담 상대자인 「레·둑·토」도 「키신저」보좌관과 때를 같이하여 본국정부와 협 의 차 곧 「하노이」로 귀국할 것으로 알려졌다. 백악관 대변인은 이러한 일련의 움직임을 가리켜 월남문제는 『복잡 미묘한 시기』에 접어들었다고 시인한 것으로 미루어보아 비밀협상의 결과로 『새롭고도 중대한 진전』이 있은 듯한 기미가 역력히 드러나고 있다.
종전조건을 둘러싼 이러한 진전이 무엇인지 현재로써는 확실히 알 수 없으나 공산측의 협상입장이 누그러지는 징후가 보이지 않는데다가 유력한 주간시사지「타임」등이 보도한 「타협안」으로 미루어 보아 「티우」월남대통령의 진퇴와 관련된 월남정부의 정치적 운명과 직결된 문제가 아닌가 생각된다. 월남과 월남국민이 전쟁이 본격화한 이래 겪은 전화, 그리고 월남국민의 자결권과 반공·자유정치제도보존을 위해 미국과 그 맹방들이 치른 이제까지의 희생을 감안해 볼 때 우리는 월남전이 하루속히 명예로운 종결을 맺도록 누누이 강조해 왔다.
그러나 우리가 우려하는 것은 재선에 출마하고 있는 「닉슨」대통령이 국내정치의 영향에 쫓기어 혹시나 이제까지의 모든 인명·자원의 희생을 헛되게 하는, 따라서 당초의 월남지원목적을 저버리는 결과를 가져오게 되는 종전조건을 받아들이지 않을까 하는 점이다.
67년과 7l년의 선거에서 당선된 「티우」대통령의 진퇴를 종전협상의 대상으로 요구해 온 공산 측 주장에 미국이 처음으로 양보의 기색을 보인 것은 연초의 미국8개항안과 5월8일 안에 시사되었었다. 전자에서는 선거실시1개월 전에 「티우」의 사임을 제의하고 5·8안에서는 미군완전철수 후 월남인들 스스로 월남의 정치적 장래를 해결하도록 방치함으로써 「티우」대통령의 진퇴를 방관할 것을 비쳤다.
이것이 좀더 구체화한 것이 「티우」제거를 양해하되 그의 전복에 직접참여하지 않는다는 최근 「타임」지의 보도이다. 월남전의 군사·정치문제의 일괄해결을 한결같이 요구해 온 월맹과 「베트콩」의 「임시혁명정부」가 현시점에서 「베트콩」의 참여가 보장되지 않는 해결에 동의하리라는 것은 예상키 어려우며, 미군포로석방·국제감시 하 휴전의 대가로 4개월 내 미군완전철수를 제의한 「닉슨」으로부터 정치참여에 관한 한 모종의 보장을 받음직 하다는 것은 능히 짐작할 수 있다. 『새롭고 중대한 진전』이란 바로 이점이 아닌가 여겨진다.
「닉슨」대통령의 취임 만3년 동안 외교정책면에서 간과할 수 없는 특징적 요소는 『돌변과 예측불능』이었다. 「닉슨」대통령이 미국사상 세계 2차 대전 다음가는 인명희생과 2천억「달러」의 재정투입을 강요당해온 「인기 없는 전쟁」을 매듭짓고 당선 후 90일 내의 미군 무조건 완전철수를 공약한 민주당후보에 맞서기 위해 『돌변과 예측불능』의 경악을 또다시 노출시킬까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그의 월남종전 안이 정치도의를 외면한 정략이 되지 않기를 바랄 뿐이며 공산월맹의 완전집권을 예측하게 하는 종전 안은 재고해야 할 것으로 믿는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