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회사 망해도 연봉 45억 챙긴 동양그룹 오너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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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4면

동양그룹 현재현 회장 부부가 올해 9월까지 급여로 받아간 돈이 45억원이나 됐다. 현 회장은 동양·동양네트웍스·동양시멘트 3개 계열사에서 34억5500만원, 이혜경 부회장은 동양에서 10억8000만원을 받았다. 3개사는 모두 심한 부실로 올 9~10월 법정관리를 신청했다. 그룹이 해체 수순을 밟는 동안에도 오너들은 회사 금고에서 거액의 현금을 빼내간 것이다. 현 회장 연봉만 해도 동양그룹 직원 평균 급여 3200만원의 100배가 넘는다. 이런 사실은 지난달 29일부터 5억원 이상 받는 상장회사 등기이사의 개별 연봉을 공개하도록 자본시장법이 바뀌면서 처음 알려졌다.

 현 회장이 받아간 거액 연봉은 동양증권을 통해 사기성 회사채·기업어음(CP)을 팔아 4만여 명의 개인투자자 주머니에서 빼낸 수조원 중 일부일 것이다. 그는 올해 국정감사에서 “피해자 보상에 최선을 다하겠다”며 고개를 숙였다. “전 재산을 이미 회사에 넣고 경영해와 추가로 어떻게 보상을 할지 고민 중”이라고도 했다. 그래 놓고 뒤로는 고객 돈으로 자기 호주머니만 불린 셈이니 어처구니가 없다. 이 부회장은 또 어땠나. 계열사 법정관리 신청 직후 동양증권 계좌에서 6억원을 몰래 인출하고 대여 금고에서 귀중품을 빼내 비난을 산 게 불과 두 달 전이다. 이러고도 재산이 없어 보상할 방법이 없다는 말이 나오는가. 그러니 ‘회사는 망해도 오너는 영원하다’는 비아냥이 나오는 것 아닌가.

 그러는 사이 동양증권 인천본부 소속 직원이 지난달 29일 또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유족들은 그가 투자자로부터 최근 세 차례 고소를 당해 힘들어했다고 진술했다. 지난 10월 동양증권 제주지점 40대 여직원이 목숨을 끊은 데 이어 두 번째다. 당시 여직원은 유서에 “회장님, 개인고객들에게 이럴 수는 없는 것 아닌가요. 고객님들에게 전부 상환해주셔요”라고 썼다. 소식이 전해지자 피해 투자자들마저 “조문 가겠다” “더 이상 죽지 말라”며 위로에 나섰다고 한다. 사주가 비윤리적 경영으로 진 빚을 직원들이 목숨으로 갚은 셈이니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다. 기업인들은 기업 경영, 특히 윤리 경영의 무게와 엄중함을 다시 돌아봐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