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TPP 참여 가닥 … 한·중 FTA협상도 계속 추진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0면

우리나라가 환태평양지역의 다자간 자유무역 체제인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에 가입하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았다.

현오석 경제부총리는 29일 대외경제장관회의에서 TPP 참여에 대한 관심을 표명하고 이를 위한 예비 양자협의를 할 것이라고 밝혔다. TPP는 일종의 지역별 자유무역체제다. 세계무역기구(WTO)가 전 세계를 무대로 하는 자유무역기구이고, 자유무역협정(FTA)이 개별 국가 간 자유무역협정이라면, TPP는 미국·캐나다·멕시코가 맺은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처럼 태평양을 끼고 있는 나라들 간의 자유무역 체제다.

 현 부총리는 이날 “TPP는 참여국이 계속 늘어나면서 더욱 탄력을 받고 있다”며 “타결되면 우리 경제와 교역에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그는 “TPP 참여 여부를 결정하기에 앞서 협상에 관한 정보를 수집하고 참여 조건에 대해 신중히 검토해야 한다”며 “우리 정부가 먼저 TPP 참여에 대한 관심을 표명하고 기존 참여국과 예비 양자협의를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현 부총리는 그러나 “관심 표명이 TPP에 대한 참여를 전제로 하는 것은 아니다”라며 조심스러운 자세를 보였다.

정부는 TPP 참여국과 예비 양자협의, 분야별 심층 분석, 의견수렴 결과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해 내년 상반기 내로 TPP 참여 여부를 최종 결정할 계획이다. 앞서 산업통상자원부는 지난 15일 TPP와 관련한 국민여론을 수렴하기 위해 TPP 추진 동향과 경제 효과, 한국의 전략 등에 대한 득과 실을 주제로 TPP 공청회를 진행했다. 당시 대외경제정책연구원 김영귀 부연구위원은 “TPP에 참여할 경우 협정 발효 후 10년 뒤에는 2.5~2.6%포인트의 실질 국내총생산(GDP) 증가가, 불참 시에는 최대 0.19%포인트의 실질 GDP 감소가 있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날 정부가 TPP 참여에 대한 관심을 적극적으로 표명하면서 방공식별구역문제로 촉발된 미·중간 대립구도에도 영향을 끼칠 전망이다. TPP가 사실상 중국의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과 경쟁중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한국정부가 미국과의 관계강화를 택한 셈이기 때문이다. 중국의 일방적 방공식별구역선포에 대한 경고를 보내며 소원해진 한·미관계를 강화하겠다는 포석이다.

대신 우리 정부는 중국의 우려를 고려해 한·중 FTA협상을 가속화함으로써 중국과의 관계도 공고하게 유지할 방침이다. 외교부 관계자는 “다른 문제보다 우리 국익을 중심으로 놓고 봤을 때 TPP에 대한 예비탐색이 필요하다는 차원에서 관심을 표명한 것”이라며 “복잡한 역내관계와 연관지을 필요는 없다”고 말했다.

최준호·정원엽 기자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

(TPP·Trans-Pacific Partnership)=2015년까지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관세 철폐와 경제통합을 목표로 뉴질랜드·싱가포르·칠레·브루나이 등 4개국이 2005년 체결한 자유무역협정으로 맺어진 협력체제다. 이후 미국·호주·일본 등이 참여를 선언해 2013년 4월 현재 12개국이 교섭에 참여 중이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