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 당의장의 사임과 공화당의 집안사정|지도체계엔 무변동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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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국회의장의 사의표명에 뒤이어 공화당 의장이 사임했다. 백남억 당의장은 고위층 자제의 병무 부정사건이 노출된 후 지난 주초에 이미 사표를 썼다.
백 당의장의 장남은 병역 그 자체에 부정이 있었던 것은 아니지만 병역면제 판정이 있은 후 출국 절차에서 무리가 있었다. 그 때문에 당 간부들간에는 백 당의장에게 동정하는 사람이 있었고, 출국절차상의 부정을 백 의장이 알지 못하고 있었다는 점을 들어 백의장의 퇴임까지는 막아 보려했다.
김진만, 현오봉, 길전식씨 등의 빈번한 회동, 김진만, 길전식, 현오봉씨의 연이은 청와대 방문 등이 바로 그것이었다. 그러나 일부에선 도의적인 책임상 백의장의 사임이 불가피하다고 봤고 백 의장 자신도 『도저히 자리에 머물러 있을 명분이 없다』는 심경을 말하고 며칠동안 당사에 나오지 않았었다. 백 당의장의 장남은 병약으로 병역면제 판정을 받았다. 병역 면제자는 그 판정이 있은 후 3년이 경과되기 전에는 해외여행을 못하도록 되어있다. 백 의장 장남은 3년도 되기 전에 H산업 사원의 해외출장 명목으로 미국유학을 갔는데 H산업 사원이라는 신분 및 근무 증명을 위한 갑근세 납부서류 작성에 부정이 있었다.
백 의장과 가까이 지내던 공화당 간부들도 병무 부정사건이 발표된 뒤에 이 사실을 알았으며 병역 기피와는 다르다고 해서 그를 동정했다.
백 의장이 사의를 표명하고 그것이 수리되기까지의 1주일동안 당의 주요 간부들은 사표처리의 방향을 청와대 쪽으로 탐색했다.
박대통령은 백 당의장의 역량을 평가해 온게 사실이며 이번 병무사건에 관련된 사실을 자세히 보고 받고는 병약한 장남 때문에 고민해왔던 일에 대해 인간적인 동정을 표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에 대한 공로·역량과 병무 부정사건으로 빚어진 잡음-. 『박대통령은 부정부패를 척결하기 위해 잘못을 저지른 사람은 고하의 지위를 불문한다는 결의를 다시 확인키 위해 사표를 수리했을 것』이라는게 어느 공화당 간부의 해석이다.
당의장은 당총재가 지명해서 전당대회의 동의를 받도록 되어 있다. 따라서 백 당의장의 사표는 당총재에 의해 처리된 것.
이미 주전에 당 간부에 맡겨진 백 의장 사표는 지난 금요일(21일) 박대통령에게 전달되어 토요일(22일) 그 수리가 통고된 것 같다.
소식통이 전하는 바로는 후임 당의장은 ①당무위원이나 동직자가 아닌 사람(총재고문은 이경우의 당직자로 간주되지 않는다고 함) ②재야인사가 아닌 사람 ③원내인사라는 원칙에서 내정된 것 같다.
이 범위에 들어가는 사람으로 꼽아본다면 정일권 전 총리가 6대 당의장으로 발탁되는 것 같다. 당의장이 경질될 경우의 후임으로 물망에 오르던 사람은 거의 당무위원이며, 지난 토요일에 사표를 낸 백두진 국회의장에 대해서는 사표를 반송하는 방향으로 공화당의 방침이 굳어진 것으로 미루어 당의장의 후임은 정일권 의원으로 좁혀질 수밖에 없다.
당의장의 경질에 불구하고 주요당직의 개편은 없으리라고 한다.
71년 선거이후 공화당은 당총재를 정점으로 백 당의장, 구태회 정책위원장, 현오봉 원내총무, 김진만 재정위원장의 4인 「팀」이 호흡을 맞추어 실질적으로 당을 꾸려왔다. 이 「팀」에서 당의장만이 경질된다는 것은 지금까지의 「피딩·페이스」를 유지하면서, 혹시 있었을지 모를 당내의 부조화 점을 그 「페이스」속에서 용해하려는 것으로 해석된다.
백두진 국회의장의 사임성명에 뒤이은 백남억 당의장의 사임-(시간적으로는 백 당의장의 사의표명이 앞선다)-때문에 여당진영의 기류는 착잡하다.
당·원내·행정부의 삼각판도에서 이각의 중간 실력 층까지의 대폭 개편을 점치는 사람도 있다. 그러나 이러한 전망은 「이각 동요」의 원인에서 볼 때 속단인 것 같다.
백 국회의장의 사임성명은 자신에 대한 야당의 공세에 대해 공화당측의 방호가 만족스럽지 못했다는 점에도 원인이 있고 보면 백남억 의장이 사표를 제출해서 그것이 처리 단계에 있을 때 국회의장 사표를 낸 것은 당쪽 사정을 너무 고려해 주지 않았다고 섭섭해하는 공화당 원내 간부들의 얘기도 이해할 만 하다. 그러나 백두진 의장이 말한 『더 이상 여야정쟁의 제목이 될 수 없다』는 점을 그대로 받아들인다면 그의 사의는 꼭 여당 쪽에만 불만이 있었던 것이 아니며 따라서 두 백의장의 사임은 불원 있으리라는 항설의 체제 개편에 직접 연관된 것은 아닌 것 같다. 앞으로 있을지 모를 개편에 간접영향을 줄 것은 확실하지만-.
◇공화당의 역대 당의장
(괄호 안은 재임기간)
초대 김정렬(3개월), 서리 윤치영(7개월)
2대 김종필(6개월), 서리 정구영(6개월)
3대 정구영 (8개월), 서리 전예용(4개월)
4대 김종필(2년6개월), 서리 윤치영(2년6개월), 서리 백남억(3개월)
5대 백남억 (l년4개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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