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전 고리 1호기 다시 고장 … 겨울 한파 예상 … 전력난 우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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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3면

전국 대부분이 영하의 기온으로 떨어진 28일 새벽, 국내에서 가장 오래된 원자력발전소인 고리 1호기(58만㎾급)가 갑자기 멈췄다. 이로써 신고리 1·2호기를 포함, 6기의 원전이 가동을 중단했다. 극심한 한파가 예상되는 올겨울 전력대란이 우려된다.

 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은 이날 오전 1시18분쯤 부산시 기장군에 있는 고리 1호기가 원인을 알 수 없는 이유로 발전을 정지했다고 밝혔다. 방사능 누출과 같은 특이사항은 없는 상태다. 한수원 관계자는 “터빈 계통에 고장이 난 것으로 보이는데, 정확한 정지 원인은 파악 중”이라고 말했다.

 고리 1호기가 작동을 멈추면서 현재 23기의 원전 가운데 부품시험성적서 위조 파문으로 케이블 교체 작업을 진행하고 있는 신고리 1·2호기와 신월성 1호기, 설계수명이 만료된 월성 1호기, 예방정비 중인 한빛 4호기를 합쳐 총 6기가 전력생산을 중단했다.

 고리 1호기는 1978년 상용 운전을 시작한 국내 첫 원전이다. 2007년 설계수명(30년)이 만료됐으나 2008년 운영승인을 다시 받아 가동수명을 10년 더 연장했다. 고리 1호기는 지난 4월부터 6개월가량 계획예방정비를 마치고 지난달 5일 재가동에 들어갔지만 재가동 50여 일 만에 다시 멈춘 것이다. 그래서 부실 점검 논란이 일고 있다.

 고리 1호기의 갑작스러운 가동 정지로 올겨울 전력 수급 계획에 차질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전력업계는 올겨울 최대 전력수요가 역대 최대치인 8100만㎾에 달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시기는 지난 3년간의 기온변화를 감안할 때 1월 중순~2월 초 사이로 예측된다. 하지만 실제 공급 가능한 전력은 8000만㎾를 밑돌 수 있다. 예비전력을 400만㎾ 이상으로 유지해야 안정적인 수급이 이뤄지는데 고리 1호기의 가동 중단으로 예비전력은 고사하고 피크전력도 대지 못하는 상황이 예측되는 것이다. 자칫하면 동계 대정전(블랙아웃)이 우려된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실제로 서울의 기온이 영하 16.4도로 내려간 올해 1월 3일 7827만㎾의 전력이 소비됐다. 이때 공급능력은 8071만㎾였다. 당시 멈춘 원전은 월성의 원전 1기뿐이었다.

 한수원 측은 원전비리로 멈춘 신고리 1·2호기와 신월성 1호기에 대한 부품 교체와 점검을 서둘러 300만㎾가량의 전력을 더 확보한다는 계획이다. 그러나 다른 원전이 고장으로 가동을 멈추는 돌발상황이 발생하면 이런 계획마저 물거품이 될 수 있다. 올 들어 1월 17일 울진 1호기가 고장으로 정지된 것을 비롯해 올해만 다섯 차례나 고장에 따른 원전가동 중단이 이어졌다.

 한수원 관계자는 “원인을 찾아야 수리 계획을 짤 수 있을 텐데 현재로선 언제 재가동할 수 있을지 모른다”며 “겨울철 전력수급계획을 손질하는 등 만일의 사태에 대비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조만간 동계 에너지 절약 대책을 발표할 예정이다.

김기찬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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