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 피해자 주제 원폭도|일 환목부부 『까마귀』완성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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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2차 대전 말기에 원자폭탄으로 희생된 한국인을 소재로 하여 거대한 작품을 제작하는 부부화가가 있어 일본에서 화제. 모 주인공은 반전화가 「마루끼」(72)씨와 부인(환목준·60)으로 곧 거대한 화폭을 완성, 8월4일부터 일본교동급 화랑에서 공개한다고 일본의 매일신문이 보도했다.
『까마귀』란 제목의 이원폭도를 착안한 의도는 일본인이 유일한 피폭국민이라 생각해 왔는데 알고 보니 막대한 한국인이 포함돼 있을 뿐더러 『일본인이 그 가해자에 해당한다』는 사실을 고발하려는 점에 문제작이 되고있는 것이다.
「마루끼」씨 부부가 한국인의 피폭사실을 안 것은 작년 봄. 종전 전부터 전쟁비판 화가 「그룹」에 속해있던 그들은 전후에 원폭도만을 제작, 여러 나라를 순방하면서 원자폭탄의 실태를 호소하고 있는데 작년에 그 원폭피해의 실태 취재차 광도에 갔다가 적어도 수천명의 사망자와 생존자, 그리고 한국에도 1만5천명을 헤아린다는 말을 듣고부터라고 한다.
특히 장기의 피폭자 박영길 노인의 이야기인 석모예도자씨의 소설 『국화와 장기』를 읽고 주인 없이 딩구는 시체를 덮치는 까마귀 떼를 「테마」로 삼았다.
높이 1.8m, 가로 7.2m의 8연폭으로 된 이 그림에는 치마·저고리를 입은 한국인이 등장되고있으며 을씨년스런 까마귀 떼가 그 부리로 눈알을 모아먹는 처절한 구성이다.
아무 말도 하지 못하고 살해된 한국인의 입장에서 그 원념을 충분히 표현하려 했다는 것이 그들 부부의 제작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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