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무단 뜻 어긴 「질문자쇄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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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남북성명에 대한 국회의 질문은 신민당이 끝날 때까지 계속되게 됐다. 공화당은 처음 신민당이 무제한질문을 하겠다고 했을 때 2∼3일간으로 끝내자고 했다가, 도중 전략을 바꿔 10일엔 『우리가 질문을 끝나도록 하지 않겠다』(현오봉 총무), 『신민당이 지쳐서 스스로 끝날 때까지 기다리겠다』(윤재명 부총무)는 여유 있는 태도. 공화당의 전략변경은 이 문제에서 야당의 의사를 존중해주는 대신 다음 의사일정에선 양보를 얻어보자는 것인데, 이런 눈치를 안 신민당은 김준섭 부총무를 내세워 『적당히 질문을 끝내는게 어떻겠느냐』는 타진을 하고 있다고.
그러나 신민당은 총무단의 이런 뜻과는 달리 소속 의원들은 10일에 정일형·홍영기·심황섭·유갑종 네 의원이 질문신청을 하고 이 뒤로 20여명이 기다리는 장사진.
김종필 국무총리는 10일 상오 문교부에서 열린 전국 교육감회의에 참석, 『남북공동성명이 발표된 후 각급 학교에서 교사들이 학생들에게 남북성명을 해설해 준말이 각양 가객이었다』고 지적하고 『일부 교직자들 너무 간단히 동요됐다는 것은 평소에 교육자로서의 자세를 갖추는데 미흡했음을 의미한다』고 일침.
7·4「쇼크」이후 처음으로 갖는 공식 회의석상 치사에서 김 총리는 『우리 국민들은 정세의 급변을 능동적으로 소화 해결하려는 경향이 약하다』면서 『우리주변에 큰 변혁이 닥칠 때 이것을 학생들이 이해할 수 있도록 설명할 수 있는 능력을 길러두는 것이 우리 교육자의 책임』이라고도 했다.
당헌엔 5월중에 치르도록 되어있는 신민당 전당대회가 한번 연기돼서 오는 21일에 열리기로 예정돼 있으나 김홍일씨계·김대중씨계가 또 다시 연기를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사무처도 대회준비 작업을 서두르지 않고 있어 연기방향으로 낙착될 듯.
당수파인 김재광 원내총무는『강행하면 내가 거느리고 있는 세력은 대회를 보이코트하겠다』고 말했고, 김대중씨는 8일 광주에서 『전당대회는 연기되어야하며 또 내가 연기시키겠다』고 까지 자신의 결심을 털어놓았다.
유진삼씨계와 이철승씨는 『정부회담서 판가름이 안 나면 중앙상위를 열어서라도 대회를 열도록 하겠다』는 태도이나 김영삼씨는 『연기 돼도 무방하다』는 소극적인 태도고, 양일동씨도 연기를 주장하는 김대중·김재광씨에게 『나를 당수로 추대하는 조건이라면 찬성하지만, 그렇지 않으면 대회는 강행해야한다』는 모호한 입장.
이 문제를 협의하기 위해 김홍일 당수는 10일 밤 당직자와 각 파벌 중진회의, 11일 정부회담 스케줄을 짜 놓고 있으나 한바탕의 입씨름만 겪고, 결국 중앙당위로 넘겨지는 사이 21일이 준비 없이 다가서지 않겠느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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