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코틀랜드 독립 땐 복지천국?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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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2∼4세 유아 주당 30시간 무상보육, 노인연금 인상, 공항세 절반 감축, 법인세 3%포인트 인하…. 스코틀랜드 분리 독립을 추진해온 스코틀랜드국민당(SNP)이 26일(현지시간) 내놓은 독립 백서에 담긴 장밋빛 미래다. 스코틀랜드 자치정부를 이끄는 SNP는 670쪽의 백서를 통해 복지 강소국 건설 청사진을 제시했다.

 1707년 영국에 통합된 인구 약 530만 명의 스코틀랜드는 내년 9월 18일 독립 여부를 결정하는 주민투표를 실시한다. 최근 여론조사에서는 찬성 38%, 반대 47%, 미결정 15%로 나타났다. 1년 전에 비해 찬성이 10%포인트 가까이 늘었다. 투표에서 찬성표가 반을 넘으면 2016년 3월에 독립한다.

 SNP의 백서에는 복지 공약이 많이 포함됐다. 영국 정부가 수년간 추진해온 주거 지원 감축 등 각종 복지 축소를 원상 복귀시키겠다는 내용도 들어 있다. 당장 1인당 연간 600파운드(약 103만원) 이상의 혜택이 주어진다고 설명했다.

 SNP는 독립 스코틀랜드는 영국 왕을 상징적 국가 원수로 삼을 것이며, 통화도 영국 파운드화를 그대로 쓰겠다고 밝혔다. BBC를 대신할 국영 방송사를 설립하되, BBC의 인기 드라마나 오락 프로그램은 시청이 가능하도록 조치하겠다고 약속했다. 독립에 대한 불안감을 달래려는 공약이다.

 백서가 공개되자 비판이 쏟아져 나왔다. 일방적인 희망일 뿐이라는 내용이다. 독립 반대에 앞장서온 재무장관 출신의 국회의원(노동당) 알레스테어 달링은 “판타지 소설”이라고 꼬집었다. 영국 정부는 스코틀랜드가 독립할 경우엔 파운드화 대신 별도의 통화를 써야 한다는 입장을 밝혀왔다. SNP는 북해 유전 수익금의 90%를 스코틀랜드가 차지하는 것을 전제로 재정 규모를 설정했다. 하지만 이 역시 영국 정부와 합의되지 않은 부분이다. 영국은 분리가 결정되면 북해 유전 지배권 문제를 논의하자는 입장이다. 유전들은 지리적으로 대부분 스코틀랜드에 속해 있지만 개발 투자금 보전 등의 복잡한 문제가 놓여 있다.

런던=이상언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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