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보신탕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5면

여름은 견공들이 수난을 겪는 계절이다. 사람에게 둘도 없는 정력강장제니, 보혈제니 해서 여름철만 되면 애꿎은 개들이 이른바 보신탕으로 희생된다. 주인에게 가장 순종적이고 충실한 동물로 알려진 개가 언제부터 식용되었는지에 대해서는 확실한 기록이 없으나 옛날 중국에서, 그리고 「그리스」나 「로마」시대에 이미 식용되었다는 설이 전해지는 것으로 보아 그 역사가 꽤 오래임이 분명하다.
가장 본격적으로 개를 식용한 것은 중국민족이라고 한다. 모든 식품 중에서 소화가 으뜸으로 잘되어 사람에게 둘도 없는 자양강장제라는 것이 그네들의 변인 것 같다.
우리 나라에서도 매년 보신탕을 애용하는 부류가 늘어나는 추세인 듯하다.
그러나 아직도 개고기의 식용여부에 대해서는 논란이 심하다.
별로 영양가가 없는데도 공연히 정력강장제라는 낭설을 믿고 인간에게 가강 순종적이고 충실한 개를 어떻게 식용할 수 있겠느냐고 반대론 자들은 이맛살을 찌푸린다.
한편 찬성론 자들은 보신탕을 먹어서 분명히 체중이 늘었고 무더운 여름철을 탈없이 건강하게(?) 보낼 수 있었다고 맞선다.
지방에 따라서는 보신탕이 마치 결핵치료의 특효약인 것처럼 맹신하는 곳도 있다.
한방에서도 체온이 낮고 소화가 잘 안 되는 폐결핵환자에게 보신탕을 권하고 있다.
정말로 보신탕 속에 결핵에 특효를 발휘하는 성분이 함유되어 있는지에 대해서는 아직 밝혀지지 않고 있다.
다만 결핵균이 다른 동물들은 다 침범하는데 유별나게 개만큼은 침입하지 못하는 특성이 잘못 전해지지 않았나 추측될 뿐이다.
항간에는 보신탕이 몸을 보하고 양기를 북돋을 뿐만 아니라 대수술 후 화농을 방지하고 여름철에 흔한 설사를 막게 하며 헛땀을 막는다는 믿음이 퍽 강하다.
몇몇 학자들이 이러한 통속적인 믿음의 근거를 찾기 위해 보신탕의 성분을 조사해 보았으나 영양학적으로 특이한 성분을 발견하지 못하고 결국 보신탕도 기껏해야 설렁탕이나 곰국과 다를 것이 없다는 보고를 하고 있다.
따라서 보신탕이 뱃속을 덥게 하고 위장과 신장을 튼튼히 하며 양기를 돕는다는 한방의들의 주장도 보신탕이 양질의 동물성 단백질을 풍부하게 함유하고 있다는 소박한 사실로 풀이하는 수밖에 없겠다.
보신탕의 단백질이 어느 육류보다 소화가 잘되는 양질의 단백질이라는 주장은 있다. 그리고 다른 육류에 비해 지방과 「콜레스테롤」이 낮아 동맥경화나 비만을 두려워 할 필요가 없다는 주장도 있다.
한편 보신탕이란 개고기보다는 오히려 마늘·깨·파·참기름 등 독특한 비린내를 가시기 위한 짙은 갖은 양념 때문에 영양학적인 가치를 지니고있다고 강조하는 사람들도 있다.
어떻든 보신탕이 식품으로서 가치가 있는지 어떤지는 보다 자세한 연구가 이루어지지 않고서 왈가왈부할 수 없는 것 같다. <김영치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