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적 본회담 의제의 합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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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남·북적십자 대표들은 16일 판문점에서 제20차 예비회담 전체회의를 열고 지난5일 제13차 실무합의에서 타결을 본 본회담 의제를 확인하고 합의문서를 교환했다.
이로써 남·북 적십자 회담은 아연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게 되었으며, 판문점은 다시금 세계의 지대한 관심의 대상이 되었다.
본 회담 의제에 합의했다는 것은 남·북 적십자 예비회담 중 가장 중요하고 어려운 문제를 극복한 것이며, 이의 타결은 회담의 밝은 전망을 기약하는 획기적인 계기를 제공해 주었다.
의제문제는 작년 10월27일 제6차 예비 회담이래 교착상대에 빠졌던 것으로서 약7개월만에 비로소 타결된 것이다. 이번 타결을 보게된 것은 그동안 13차에 걸친 비공고 실무합의에서 쌍방의 진지하고 참을성 있는 토의가 거듭되었다는 사심과 아울러 특히 우리대표단들이 제기한 주장들의 논리적 타당성이 통한 결과라고 볼 수 있다.
특히 회담대표자들이 차원을 달리해서 가긴 비공고 실무회의는 선전과 정치성을 배제하면서 문제에의 접근을 쉽게 할 수 있었다는 점에서 이같은 성격의 회담을 진행하는데 있어서의 실무회담의 기술적 유용성이 다시 한번 실증된 것이라 하겠다.
확정된 본 회담의 의제는 호양의 정신에 입각하여 선택된 것이라고 볼 수 있으므로 이를 가지고 굳이 아전인수격으로 왈가왈부 할 필요는 없다. 그러나 5개 의제 중 제1항에서 『가족과 친척들의 주소와 생사를 알아내며 알리는 문제』라고 하여 우선 소재와 생사를 확인케 한 것이라든지, 제2항에서 『자유로운 방문과 자유로운 상봉을 실현하는 문제』라고 하여 상봉문제를 포함시킨 것이라든지, 또 전체적으로 문제를 개별화·계열화시키면서 명백한 어휘로 표현하나 것은 그것대로 수긍할 만한 것이다.
처음 북한적십자의 제안은 단계적이요, 순차적인 절차문제들 무시하는 듯 하였고 그 어휘에 있어서도 상당히 막연한 부문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어쨌든 이제 본회담 의제가 합의됨에 따라 본 회담의 개최전망은 사실상 굳어진 것이라 하겠으나 앞으로 예비 회담에서 해결해야 할 문제는 아직도 몇 가지가 남아있다. 즉 본 회담 대표회 구성문제와 의사 진행절차 및 본 회담 장소 결정에 따른 추가절차 문제, 그리고 이러한 문제의 토의 결과에 따라 본 회담의 개최일자를 협의 결정하는 문제 등이 바로 그것이다.
따라서 남·북 적십자 예비회담은 끝까지 성공적으로 매듭지어 본 회담을 조속히 개최할 수 있도록 남은 문제 토의에 있어서도 계속 진지한 태도로 임하지 않으면 안될 것이다. 여기서 우리는 북한 적십자 측에 대하여 다시 한번 그들이 적십자 본래의 정신과 인도정신에 입각하여 문제해결에 보다 큰 성의를 보여야 할 것임을 역설하지 않을 수 없다.
한편 남·북 적십자회담을 쳐다보는 국민의 자세 도한 중요하다. 국민은 무조건 그 진전에 대해서 큰 기대를 겪고 있는 것은 너무도 당연한 일이라 하겠으나 현재까지의 성과를 과대평가 하거나 또는 과소평가 하는 것은 결코 현명한 태도가 아님을 지적해야 할 것 같다.
얼어붙었던 남북간의 장벽이 완전히 용해되기에는 앞으로도 극복해야 할 많은 어려움이 있고, 시간도 상당히 걸릴 것이다. 『일반을 보고 전모를 안다』는 식의 조급한 간단은 금물이며, 냉정을 잃지 않는 가운데 꾸준히 회담을 성공적으로 이끌도록 성원할 것을 잊어서는 안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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