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북한 취재일기

북한 대남 선동가들의 착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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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3면

이영종
정치국제부문 기자

최근 들어 연일 박근혜 정권 타도를 부추기던 북한이 25일자 노동신문에 3장의 남한 시위 장면(사진)을 실었다. 지난 11월 9일 서울광장에서 열린 19차 범국민 촛불집회 사진(왼쪽), 11월 6일 통합진보당이 서울 파이낸스센터 앞에서 연 ‘위헌정당해산심판청구 규탄 촛불집회’(가운데), 9월 30일 정의당 천호선 대표와 심상정 원내대표 등이 서울광장 천막에서의 농성을 정리하고 가진 ‘국민과의 대화’ 출정식 등이다.

 본지 사진부의 확인 결과 3장의 사진은 통신사인 뉴시스와 진보매체인 민중의 소리, 정의당 홈페이지에서 따다 쓴 것이다. 신문은 사진을 하나하나 설명하면서 “이승만 독재정권을 파멸에로 몰아넣은 4·19 인민봉기 전야를 방불케 한다”고 주장했다.

 그런데 뭔가 이상했다. 자신들 주장대로라면 시위 군중 숫자를 부풀려야 할 텐데 참가자 몇몇만 보여주고 있다. 시위자들만 클로즈업하고 주변은 모두 잘라버렸다. 네티즌들이 ‘뽀샵’(포토샵)이라고 부르는 것의 노동신문판이었다. 서울파이낸스센터, 서울시청 같은 시위장 주변의 고층빌딩이나 초현대식 청사, 차량과 화려한 조명, 시민들의 옷차림 등을 북한 주민들에게 그대로 보여주기 싫었던 것 같다.

 북한은 이런 식의 얄팍한 선동이 먹힐 거라 아직도 믿고 있는지 모른다. 하지만 세상이 변했다. 2만5000명의 한국 내 탈북자는 북한 가족·친지에게 돈과 외부소식을 전하고 있는 상황이다. 북한은 대남선동 때 ‘남잡이가 제잡이 된다’는 말을 자주 쓴다. 비방하는 말이나 행동이 결국 자기에게 돌아온다는 의미다. 자신들에게 꼭 맞는 말이다. 북한은 미몽에서 깨어나야 한다. 대한민국은 그들의 바람처럼 허약하진 않다.

이영종 정치국제부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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