맨유가 울었네요 '제2의 지성' 때문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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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8면

김보경(가운데)이 25일(한국시간) 영국 카디프시티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3~2014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와의 홈경기에서 종료 직전 2-2를 만드는 헤딩 동점골을 넣은 뒤 유니폼 상의를 벗고 동료들과 기뻐하고 있다. [카디프 로이터=뉴시스]

김보경(24·카디프시티)이 유니폼 상의를 벗고 그라운드를 마음껏 내달렸다. 중계 카메라를 향해서는 익살스러운 표정으로 엄지를 치켜세웠다.

 김보경이 25일(한국시간) 영국 카디프시티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3~2014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12라운드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와의 홈 경기에서 종료 직전 극적인 동점골로 팀을 구했다. 1-2로 뒤진 후반 45분 피터 위팅엄의 프리킥을 헤딩골로 연결했다. 김보경의 프리미어리그 데뷔골.

  김보경은 골을 확인하자 유니폼 상의를 벗었다. 벤치를 향해 뛰어가다 잔디에 무릎을 꿇어 시원하게 미끄러졌다. 맨유의 웨인 루니(28)가 전반 선제골을 넣고 보여준 세리머니와 똑같았다. 스포츠매체 ESPN은 “루니는 선제골을 넣었지만 결승골을 넣지는 못했다. 이 경기 주인공은 김보경이다”고 했다. 국제축구연맹(FIFA)도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김보경의 극적인 동점골 소식을 전했다.

  김보경은 올 시즌 영국 맨체스터를 연고로 하는 두 명문팀을 상대로 맹활약했다. 지난 8월 26일 열린 맨체스터 시티전에는 ‘명품 드리블’로 몸값 수백억원의 선수들을 농락했다. 맨시티의 야야 투레(몸값 446억원)·페르난지뉴(476억원)·가엘 클리시(238억원)가 차례대로 김보경의 드리블에 무너졌다. 당시 이 모습을 본 맨유 수비수 리오 퍼디낸드는 자신의 트위터에 “김보경은 대단한 선수”라고 칭찬했다. 김보경은 이날 자신을 칭찬한 퍼디낸드를 등 뒤에 두고 헤딩 동점골을 터뜨렸다. 퍼디낸드는 경기 후 “최악의 세트피스 상황이었다”고 자책했다.

  김보경은 ‘박지성의 후계자’로 불린다. 박지성(32·에인트호번)이 국가대표 은퇴 기자회견을 하면서 제2의 박지성으로 그를 지목했다. 김보경은 카디프시티에서 박지성의 맨유 시절 등번호(13번)를 달고 있다. 김보경은 맨유를 상대로 골을 넣은 최초의 한국인 선수가 됐다. 맨유의 공식 매치 프로그램을 담당하는 폴 데이비스 기자는 경기 후 “맨유가 박지성이 지목했던 후계자에게 당했다”고 했다.

김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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