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용·성형 목적이라지만 프로포폴 300~400회 투약은 과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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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3면

25일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법 법정 입구. 일명 ‘우유주사’로 불리는 수면유도제 프로포폴을 불법 투약한 혐의로 기소된 여배우들은 1심 선고공판 직후 쏟아지는 카메라 세례를 못 견뎌 했다. 익숙했던 스포트라이트였지만 이날만은 예외였다. 수십여 명의 취재진이 ‘심경을 얘기해 달라’고 따라붙었지만 대꾸조차 하지 않았다. 장미인애(29)씨는 고개를 숙인 채 한마디도 안 하고 자신의 차량에 올랐다. 이승연(45)씨는 “너무 심려 끼쳐 죄송합니다”라고 짤막하게 말했다. 박시연(34·본명 박미선)씨는 취재진을 몰래 피해 사라졌다.

 서울중앙지법 형사9단독 성수제 부장판사는 마약류관리법 위반 등의 혐의로 기소된 장씨 등 3명에 대해 각각 징역 8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장씨에게는 550만원, 이씨와 박씨에게는 각각 405만원과 370만원의 추징금을 별도로 부과했다.

 성 부장판사는 장씨 등이 시술 및 치료를 핑계로 프로포폴을 투약받았다고 판단했다. 미용이나 치료 목적이라고 하기에는 지나치게 시술 횟수가 많고 비슷한 시술의 중복 횟수가 많다는 이유에서다. 장씨의 경우 총 449회 프로포폴을 투약받았다. 이 중에는 프로포폴이 향정신성의약품(향정약품)으로 지정된 2011년 2월 1일 이후에 투약한 95회도 포함돼 있다. 이씨도 보톡스 시술 등을 받으면서 6년간 320회 이상 투약받았다. 박씨도 최소 4년간 400회 이상을 투약받았다. 검찰은 2011년 2월 1일 이후 투약 횟수만을 기준으로 이들을 기소했지만 전체 투약 횟수를 놓고 봤을 때 치료 목적이라기보다는 중독 증상을 보인 것으로 판단했다. 성 부장판사는 “연예인이라는 특수성 때문에 피부관리나 성형·미용 목적의 투약이 많다는 점을 충분히 감안하더라도 이는 지나치게 많다”며 “동일한 시술을 같은 날 여러 병원을 옮겨다니면서 받는 등 중독성이 충분히 의심된다”고 설명했다.

 다만 프로포폴이 향정약품으로 지정되기 오래 전부터 투약받았기 때문에 이전부터 의존성이 발생했을 가능성이 높았던 점 등을 고려해 실형을 선고하지는 않았다.

 한편 이들에게 프로포폴을 불법 투여해준 혐의로 함께 기소된 의사 안모(46)씨 등 2명은 각각 징역 1년6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이들에게는 추징금 910만~1196만원 및 벌금 300만원도 선고됐다.

박민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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