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입주 3개월 이상 지연 땐 계약 해지할 수 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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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4면

아파트 입주가 3개월 이상 늦어지면 분양받은 사람이 계약을 해지할 수 있게 된다. 한번 아파트를 계약하면 어떤 경우에도 해지가 어려워 입주자들이 정신적·금전적 손해를 보는 경우가 줄어들 전망이다.

 공정거래위원회는 24일 입주 예정일로부터 3개월을 초과해 입주가 지연된 경우 이같이 계약을 해제할 수 있도록 ‘아파트 표준공급계약서(표준약관)’를 개정했다고 밝혔다. 개정된 표준약관은 사업자들이 개별적으로 약관 개정 절차를 거친 뒤 새롭게 체결하는 계약분부터 사용된다.

 이에 따르면 입주 지연은 물론이고 분양주택의 하자가 중대하거나 분양광고와 시공 내용이 다른 경우, 이중 분양된 경우에 입주 희망자가 분양 계약을 취소할 수 있다. 지금까지는 분양주택이 입주도 하기 전에 빗물이 새거나 벽에 심하게 금이 가도 계약을 해지할 수 없었다. 심지어 이중 분양으로 인해 소유권 이전등기가 불가능한 경우에도 신속하게 피해를 보상받을 길이 없었다.

 이같이 아파트 입주자의 권한이 대폭 강화되는 것은 표준약관에 입주 계약자 보호조항이 불충분했다는 지적에 따른 것이다. 최근 주택경기 침체에 따라 입주에 차질이 빚어지거나 부실 공사가 여전한데도 표준약관이 공급자 위주로 작성돼 있어 입주 계약자들은 피해를 봐도 계약을 해지할 방법이 마땅치 않았다.

 이유태 공정위 약관심사과장은 “고객의 계약해제권 행사 편의를 위해 사업자의 대표적인 계약위반 유형을 약정해제권 발생사유로 표준약관에 명시적으로 추가했다”며 “종전 표준약관은 해제권 발생사유로 (명확한 기한도 없이) 사업자의 입주 지연만 규정하고 있어 고객의 계약해제권 발생 여부를 두고 거래당사자 간 다툼이 많았다”고 말했다. 공정위는 이런 점을 감안해 새로 개정된 표준약관에는 법원의 판례 내용을 반영해 계약해지 사유를 구체화했다.

 계약해지 때 반환 규정도 강화된다. 기존 표준약관은 계약금·중도금 등을 입주 계약자에게 돌려줄 때 적용되는 가산이자율이 시중금리보다 낮거나 아예 공란으로 돼 있어 지급하지 않는 경우도 많았다. 그러나 앞으로는 가산이자율을 법정이율로 명문화해 연 5~6% 수준의 이자를 붙여 반환금을 지급하도록 했다.

 1995년 만들어진 아파트 표준약관은 2002년 이후 수정된 적이 없었다. 앞서 지난 1월 국민권익위원회는 아파트 공급자 잘못으로 인한 계약해지 사유를 표준약관에 반영해 입주자의 권리를 보호하도록 공정위에 권고했다.

세종=김동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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