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이슈추적] Like 늘리려 음란물 게시 … 야해진 페이스북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14면

대학생 김모(24)씨는 지난 9월 구독자가 23만 명이 넘는 자신의 페이스북 페이지를 인터넷 카페 ‘중고나라’에서 1000만원에 팔았다. 지난 6월 이 페이지를 개설한 김씨는 인기 예능과 드라마를 편집, 주요 장면을 게시했다. 개설 3일 만에 팔로어가 11만 명을 넘었다. 김씨는 “하루 3시간씩 자면서 예능과 드라마를 섭렵하고 차별화된 콘텐트를 올리기 위해 노력한 게 비결”이라고 말했다.

 김씨의 페이지 판매는 페이스북의 ‘좋아요(Like)’라는 기능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이 기능은 해당 게시물의 아래에 있는 ‘좋아요’ 아이콘을 클릭해 호감을 표현한다. 클릭 숫자는 관심도와 비례한다. ‘좋아요’를 클릭하면 페이스북으로 친구 관계를 맺은 모든 사람에게 해당 게시물이 전달된다. 파급력을 가늠하는 척도가 되는 것이다.

 ‘좋아요’가 광고와 연결되기 시작한 건 2011년 2월부터다. 실명 가입 정책을 고수하던 페이스북이 익명으로 커뮤니티 형식의 페이지를 만들 수 있도록 허용하면서다. 이후 김씨의 페이지처럼 ‘좋아요’를 많이 받는 인기 페이지들이 등장했다. 재미있는 동영상이나 감동적인 사연, 유용한 정보를 올리면 해당 게시물이 ‘좋아요’를 타고 전파되면서 영향력을 갖게 됐다. 그러자 젊은 세대를 타깃으로 하는 인터넷 쇼핑몰, 병원, 애플리케이션 등의 광고주들이 인기 페이지에 주목하기 시작했다.

사업 모델은 운영자가 게시물을 올리면서 광고 사이트 주소와 간략한 설명을 함께 쓰면 해당 게시물의 ‘좋아요’ 개수에 따라 광고주가 광고료를 지급하는 방식이다. 일명 ‘코멘트 홍보’다. 대개 ‘좋아요’ 한 개당 3원이 책정된다. 하루 평균 게시물 10개에 게시물당 평균 5000개의 ‘좋아요’가 달리는 인기 페이지라면 하루 15만원의 광고 수입을 얻을 수 있다. ‘라이크 이코노미’라는 용어가 등장한 배경이다. ‘좋아요’를 통한 페이스북의 파급력이 경제적 영향력을 갖게 됐다는 뜻이다.

 포털 사이트의 중고품 거래 카페에는 인기 페이스북 페이지가 거래되는 독자적 시장이 형성됐다. 구독자가 10만 명가량 되는 페이지는 500만원, 20만 명가량인 페이지는 1000만원 선에 거래된다. ‘좋아요’ 자체도 사고팔린다.

하지만 부작용도 나타나고 있다. 일부 페이지 운영자들이 네티즌들의 눈길을 끌기 위해 선정적인 게시물을 여과 없이 올리고 있다. 구독자가 10만 명인 ‘남자들의 동영상’ 페이지에는 지난 8일 남녀가 나이트클럽에서 성행위를 하는 동영상이 올라왔다. 지난 13일에도 카페에서 남녀가 성행위를 하는 모습을 반대편 건물에서 몰래 촬영한 영상이 공개됐다.

‘남자들 드루와’의 운영자는 ‘여성들에게 집적거린다’는 이유로 한 20대 남성의 이름과 직장, 사진을 모두 공개해 “인기에 목매 무분별한 신상 털기를 한다”는 비난을 받았다.

 정명국 서울성북경찰서 사이버수사팀장은 “피해자의 고소가 있어야 처벌이 가능한 명예훼손죄나 모욕죄가 아니더라도 제3자의 개인정보를 공개하거나 사생활이 담긴 동영상을 허락받지 않고 올린 경우 정보통신망법 위반으로 처벌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코멘트 홍보의 상당수가 음란·도박·성인용품 사이트 광고로 채워지는 것도 문제다. 구독자가 30만 명이 넘는 ‘18 미친 동영상’ 운영자는 ‘최신 야동 다운 없이 실시간 감상’이라는 코멘트와 함께 음란 사이트를 광고하고 있다. ‘남자들의 동영상’에선 성인용품 사이트를, ‘SNS봇’은 원나잇 상대를 물색하는 성인 미팅 사이트를 광고 중이다.

구창완 소셜미디어컨설팅협회 회장은 “페이스북은 서버가 수십만 개여서 자체적인 모니터링에 한계가 있다”며 “문제가 되는 계정을 폐쇄해도 금방 새로 만들기 때문에 근절하기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페이스북코리아 홍세규 이사는 “성인용 동영상을 지속적으로 게시해 결국 해당 페이지를 폐쇄한 사례도 있다”며 “잘못된 페이지 운영자 때문에 다수의 일반 운영자가 피해를 보지 않도록 엄격하게 조치하겠다”고 강조했다.

신진 기자

라이크 이코노미(Like Economy)=미국의 소셜미디어 전문가 브라이언 카터(Brian Carter)의 저서 제목. ‘어떻게 페이스북으로 돈을 버는가’라는 부제로 2011년 3월 출간됐다. 이후 페이스북의 경제적 영향력을 나타내는 용어로도 사용되고 있다. 카터는 “‘라이킹(Liking)’이 시장에 미치는 영향력은 대단하다. 페이스북은 세계 어디에도 없던 마케팅 도구”라고 설명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