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 무선사, 사경의 「윌슨」씨 병 소년 구출작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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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윌슨」씨 병이라는 희귀한 병에 걸린 박은규군(18·전북 익산군 금마면 점도리)이 국내에서 특효약인 「페니실라민」을 구할 수 없어 죽음만을 기다리고 있으나 「아마추어」무선사가 태평양 넘어 긴급구호작전을 펴 박군은 한 가닥 희망을 갖게 되었다.
박군은 6년 전인 12세 때 난치병인 「윌슨」씨 병에 걸려 고생하다가 지난 4월부터 손과 발이 마비된 채 서울대학병원에 입원 중, 국내에서 「페니실라민」을 구할 수 없어 안타까운 처지에 있었다.
이 소식을 들은 1급 「아마추어」 무선사 박종웅씨(30·서울 여의도「아파트」1동 71호)가 미국에 긴급 무전을 띄운 것은 지난 26일.
11년 경력의 무선사인 박씨는 밤9시30분쯤 자기 집 방에 마련된 무선소에서 미국의 「아마추어」 무선사들에게 「스위치」를 넣었다.
박씨가 첫 교신에 성공한 것은 미국 「콜로라도」주 「덴버」시의 WA6WHT「아마추어」 무선국의 「에리」씨.
「에리」씨는 『약을 구하는 길은 주한 미8군을 통해 「하와이」에 있는「트리폴러」육군병원의 「빌·컨폴러」대령에게 연락하면 「페니실라민」의 공수가 가능하다』고 타전해왔다.
『이 약은 「뉴저지」주 「카호아」시의 「메릭·샤프·돔」 회사 제품으로 「덴버」에서는 구하기 어려우나 빨리 손을 쓰면 「하와이」병원에서 공수가 가능하다』고 흥분된 목소리였다.
박씨와 「에리」씨 사이에 교신이 계속되는 동안 「위스콘신」주에 있는 다른 「아마추어」WBPBXO 무선극 「돈」씨가 중간에 끼어 들어 『나도 돕고싶다』며 환자의 용태와 약의 필요량을 물어왔고 이어 「로스앤젤레스」시의 B6QAS무선국 「켄」씨도 또 『오늘아침 「캘리포니아」 대학병원이 열리는 대로 달려가 알아보겠다』고 교신을 해왔다.
「윌슨」씨 병이란 의학명 「케이저·플레처·링」으로 1912년 미국인 의사 「윌슨」씨가 처음 발견한 것.
눈동자 주위에 초록색 또는 황색 「링」이 시초에 나타나 점차 사지가 마비되어 죽는 병이다.
이 병의 치료제는 「발」이라는 광물성 중독환자 치료제가 있으나 임시 변통의 효과뿐이고 특효약은 「페니실라민」뿐인데 국내에서는 구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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