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괴·월맹외 모든 국가에 문호 개방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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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정부는 급변하는 국제 정세에 능동적으로 대처하고 특히 최근의 긴장 완화 조류를 타고 위장 평화 공세를 펴고 있는 북괴의 기선을 제하고 북괴를 국제 사회에서 고립시키기 위해 북괴·월맹을 제외한 모든 공산국가에 대해 문호를 개방할 것을 신중히 검토하고 있다.
외무부의 한 고위 당국자는 22일 박정희 대통령이 5·16기념 행사 치사를 통해 『우리에게 적대 행위를 하지 않는 한 사회 체제를 달리하는 모든 국가와도 평화를 위해 협조할 용의가 있다』고 한 발언은 사실상 모든 공산국가에 대해 문호를 개방할 수 있다는 의미로 풀이 될 수 있다고 설명하고 외무부는 이를 뒷받침하기 위한 작업을 벌이고 있다고 밝혔다.
외무부는 이러한 박 대통령의 치사 내용을 각 재외 공관에 보내 주재국의 반응을 타진, 보고토록 하는 한편 모든 공산국가와도 평화를 위해 협조할 수 있다는 우리 정부의 진의와 자세를 보다 광범위하게 설명하는 홍보 활동을 강화하도록 훈령했다.
외무부는 정부의 이 같은 방침을 구체화하기 위한 첫 단계 조치로 외무부 내규인 외교관 직무 수행 지침을 개정, 지금까지 북괴·월맹·「쿠바」·중공 등을 적성 집단으로 규정해 오던 것을 중공과 「쿠바」를 제의한 북괴와 월맹만을 적성 집단으로 규정, 외교관의 활동 범위를 확대시켰다. 외무부는 공산국가에서 열리는 「스포츠」 학술 「세미나」, 국제 회의에의 참석은 특별한 정유가 없는 한 허가해 줄 방침이다. 또 종래 북괴·중공을 여행한 후 6개월 안에 한국 입국을 신청한 외국인에 대해 「비자」를 발급해 주지 않던 것을 앞으로는 「케이스·바이·케이스」로 다뤄 대부분 입국 사증을 발급해 주기로 했다.

<해설>대세 적응, 북괴 능가 자신 현행 외교 활동 추인인 셈
정부가 모든 공산권에 대해 사실상 문호 개방을 하려는 방침은 정부가 현재 신중히 검토하고 있는 「할슈타인」 원칙의 묵시적 폐기, 「유엔」 대책의 장기적 안목에서의 재검토 등과 함께 급변하는 국제 정세에 전향적으로 대처하는 실리 추구를 위한 정책 전환으로 풀이된다.
정부의 이 같은 조치는 작년 중공의 「유엔」가입 이후 새로 형성되어 가는 국제 질서에 능동적으로 대처하기 위해서는 언젠가 하지 않아서는 안될 현실적 요청에 따른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법무부령 출입국 관리법 시행령 가운데 사증 발급 규정에는 현재도 북괴·월맹·중공·「쿠바」를 적성 공산국가로 지적해 놓고 있지만 외무부는 70년 동구권 비적성 공산국가와 교역을 추진한 이후부터는 사실상 이 규정에 구애받지 않고 외교 활동을 벌여 왔다.
정부의 정책 전환은 국제 정세의 변화에도 그 원인을 찾을 수 있지만 북괴를 능가할 수 있는 외교적 바탕을 이미 쌓고 있다는 자신에서 큰 이유를 찾을 수 있다. 국제 무대에서 우리 외교관들은 북괴를 고립시키고 실리 추구를 위해 필요하다면 공산국가의 외교관들일지라도 능동적으로 접근하라는 훈령을 받고 있다.
김종필 총리가 작년 9윌 국회 본회의에서 『적대 행위를 하지 않는 어떤 공산국가와도 외교 관계를 맺을 것을 검토하고 있다』고 발언한 후 적성·비적성 국가 개념 규정도 점차 변질되어 왔다. 따라서 외무부가 금년 초에 자체 내규인 외교관 집무 수행 지침을 수정, 중공까지 적성 집단의 범주에서 뺏기 때문에 지금까지는 많은 적대 행위를 해 온 중공이라 할지라도 앞으로 적대 행위를 않는 한 적성 집단이 아니라는 것.
「쿠바」 는 지난 71년 9월 14일 정부가 「가트」 35조원용을 철회하는 내용을 「가트」 사무처에 통보한 이후 사실상 적성 집단의 범주에서 제외 시켜 왔다. <길종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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