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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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학생 음악이라면 누구나 제일 먼저 「브람스」의 『대학 축전 서곡』을 연상할 것이다.
이 곡은 「브레슬라우」 대학으로부터 명예 박사의 칭호를 받은 「브람스」가 답례로 대학에 보낸 작품이었다.
이 밖에도 「카를·오르프」가 중세기의 학생가에서 소재 「힌트」를 얻은 『카르미나·브라나』가 있고 「구노」의 「오페라」『파우스트』, 「베를리오즈」의 『파우스트의 겁』등에도 학생들의 합창 음악이 담뿍 담겨져 있다.
대학생 생활을 문제로 한 음악으로는 또 「오펜바크」의 『호프만 얘기』,「밀레카」의『거지 학생』등이 유명하다.
이들 음악은 공통적으로 모두 독일의 대학들이 배경으로 되어 있다. 작곡자들이 독일인이라서라기 보다 독일 대학의 독특한 성격과 기질이 그처럼 많은 음악들을 낳게 했다고 봐야 할 것이다.
「이탈리아」와 「프랑스」에서 대학이 학문의 중심이 된 것은 12세기부터였다. 그러나 학생들이 젊음과 자유를 구가하고, 또 사회적·문화적으로 엄청난 영향력을 갖게 되기는 14세기 이후의 독일 대학들에서부터였다. 젊음과 낭만과 긍지와, 그리고 애국적 열정. 이런 것들이 겹칠 때 자연 음악이 생기고 노래가 나올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브람스」의 『대학 축전 서곡』도 18세기 때의 학생가 네 개를 엮어서 만든 매우 「유머러스」한 음악이다.
「브람스」 자신이 매우 흐뭇한 마음으로 작곡했기 때문이기도 하다. 그러나 여기에는 웃음만이 담겨 있는 것은 아니다. 「브람스」가 대학으로부터 명예 박사 학위를 받았을 때 그는 이미 세계적인 작곡가로서의 명성과 권위를 굳힌 다음이었다.
그는 새삼스레 학위를 아쉬워 할 만큼 속물은 아니었다. 그런 그가 학위 받기를 그처럼 기뻐했던 것도 역시 그 만큼 당시의 독일 대학의 권위가 높았다고 봐야 할 것이다.
오늘의 「브람스」에게 그만한 기쁨을 안겨 줄만한 대학이 우리에게 있는가, 한번 깊이 생각할 문제이다.
누군가가 오늘의 「하버드」대학을 만든 것이 무엇이냐고 그 대학 총장에게 물었다. 그때 그는 3백년의 연륜이라고 짤막하게 대답했다.
3백년의 역사가 없어서 우리네 대학들이 그만한 권위를 못 세운 것은 아닐 것이다. 그 3백년의 10분의1도 못 되는 요즘 우리 대학가에선 이미 『대학은 죽었는가』하는 짙은 회의와 우려를 던지고 있다.
대학이 죽지는 않았을 것이다. 해마다 5월이 되면 무엇을 축하하는 것인지는 몰라도 축제는 대학마다 푸짐하게 벌어지고 있으니 말이다.
그저 노래가 없을 뿐이다. 노래를 만들어내기도 전에 노래를 잃게 된 것이다. 혹은 노래할게 없어서 인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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