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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곽 드러나는 신민당권「레이스」-전당대회 "강행"·"연기"론의 안팎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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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당권은 결국 진산에게 가는 것이 아닐까』 『진산 당수 때가 그래도 당권은 확립됐었지. 하지만…』 『아마 진산이 기어이 나선다면 의외로 광범한 반 진산 연합세력이 형성될 거야』 『그러니까 진산은 결국엔 포기하고 진산계도 포함된 범 주류 연합세력이 미는 쪽으로 당권이 가지 않을까.』
신민당소속의원 몇 사람의 이런 대화가 엿보이듯 전당대회가 20일 앞으로 다가섰지만 당권경쟁은 모습을 드러내지 않은 채 안에서만 불타고있다.
더욱이 아직도 시·도지부중 반 이상이 개편대회를 마치지 못한 것 때문에 당권구상에 대한 차분한 협의를 못하게 돼 전당대회의 당분간 연기로 기울어졌다. 흔히들 작년의 전당대회가 총선거마무리였다면 이번 대회는 격년제 대회 구상까지 겹쳐 74년의 대통령후보 지명전에 연결된다고들 한다.
그래서 진통도 크고 파벌들의 충분한 협의가 필요하다.

<엇갈리는 유·김의 입장>
당권경쟁에서 관심의 첫째는 유진산씨의 거취다. 유씨 스스로 당수출마를 선언한 일은 없다. 그러나 측근들은「롤·백」집념을 피부로 느낀다.
유씨는 그의 20년 야당생활에 먹칠을 한 작년의 5·6파동 상처를 씻은 뒤 자발적인 퇴진을 생각하고 있다는 것. 절대로 이대로 후퇴할 수 없다는 얘기다.
유씨는 『오늘날의 야당은 지도체제가 말이 아니다』는 논리에서 자신의 역량이 필요할 때라고도 말한다. 유씨는 아마 전당대회 직전까지 당수출마를 스스로 공언하지 않을 지도 모르지만 견지동사무실은 그의 당수추진「센터」가 돼있다.
견지동 자체의 표 점검은 「진산 건재」라고 진단하고있다. 그래서 모든 세력이 반대해도 김대중씨에게 당권을 줄 수 없는 고흥문-김영삼씨 계가 결국은 진산 지지로 굽혀올 것이고 이 두 세력의 연합이면 과반수 선이 된다고 보고있다.
고흥문-김영삼 계의 흐름은 암중모색인 것 같다. 김영삼씨는 「진산 이미지」를 엎고서는 국민에 대한 설득력은 고사하고 당원들로부터 지지를 받기가 어렵다고 느끼는 듯하다.
실제로 그의 측근·지지자들 중 상당수가 「진산 당수 반대」의 압력을 가하고 있다.
김씨는 이러한 밑으로부터의 압력과 진산계와의 틈바구니에서 오랜 기간 고민했으나 점차 자신의 길을 「75년」에 맞추기로 결심해 가는 것 같다.
김영삼씨는 진산이 당수를 고집하는 한 독자노선을 천명하고 다른 가능성을 모색할 각오 쪽으로 기울고있다. 이것은 지난 3일과 4일 김대중·이철승씨를 만나 대화를 나눈 것으로도 그 일단을 드러낸 것이다.
고흥문씨는 주류세력의 요충. 그러나 진산을 밀어야하는 입장과 진산 당수 안이 밀어붙여질 수 없다는 김영삼씨의 고민사이에 「샌드위치」격이다. 그의 주변에도 반 진산과 진산 지지가 엇갈려 우선은 진산 본부와 거리를 두고 관망상태.
왕당파의 기본전략은 현 김홍일 당수체제의 집권연장이며 이 전략아래 간사장제 당헌개정을 추진하고있다.
김재광씨는 『현재 파벌대립상황으로 보아 신민당은 유진산·김대중 양극을 피한 중도체제가 되어야하며 따라서 당수엔 김홍일씨밖에 없다』고 설명하고있다.
김재광씨는 진산을 막기 위해 필요하다면 어느 계보와도 손잡을 용의를 밝히고있으며 양극을 피한다는 원칙에 양일동씨와 만나서도 합의한 바 있다.
왕당파는 진산이 당수에 안 나올 것을 전제로 9인위, 시도 당 개편에서 주류와 제휴하고있다.
이철승씨는 스스로 당수출마를 선언했지만 자파 세력확대의 전략적 의지를 넘지 못하고 있다. 현재로는 김홍일씨 쪽에 기울고있고 경쟁의 모습이 드러날 때 범 주류 연합에 참가할 수밖에 없을 듯.
비주류는 김대중씨가 당수경쟁에 나서야하는가를 두고 역시 번민이 많다.

<반 진산 연합엔 명분론도>
표수로 보면 지난해 대회만큼 나오기가 어렵다는 게 공산. 비주류합동사무소인 내외문제연구소 측에선 정무위원급의 노장층이 당수경쟁에 신중할 것을 주장하고있고 소장 층은 경쟁에 나서야 한다는 견해로 엇갈려있지만 경쟁에 나서는 쪽이 60%의 확률이라고 말한다.
비주류는 독자세력으로 당권을 잡을 수 없기 때문에 어느 파와 연합해야하는데 김대중씨를 당수경쟁에 내세워 연합할 세력이 없다는데 고민이 있다. 그래서 범 주류가 형성된다면 결국 그에 참여하지 않은 한 세력의 대표를 당수로 내세워 경쟁할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그러나 김씨의 거취는 유진산씨가 당수경쟁을 할 경우 대결을 선택할 것이 확실하며 어느 면에선 그것을 바라고있다.
반 진산의 표를 흡수하여 승산을 내다볼 수 있고 지더라도 명분을 세울 수 있다는 논리가 서기 때문이다. 물론 이 경우 반 진산을 묶어 다른 사람을 내세울 때 승률은 더 높다는 주장도 있다.
양일동씨는 승패에 관계없이 어떤 상황에서건 당수경쟁에 나선다는 것을 가장 뚜렷이 밝히고 있다. 그는 현재 김대중 계와 연합을 추진중이고 진산이 나온다면 김영삼 계와 왕당파까지도 제휴대상이 될 수 있다고 보고있다.

<전열정비 위해 "연기" 주장>
저마다의 고민이 있는 이른바 신민당의 6개 사단은 요즘 범 주류와 비주류로 크게 두 갈래로 나눠진다.
범 주류는 진산계 고흥문-김영삼계 왕당파 이철승계며 비주류는 김대중계와 양일동계 연합이다.
그러나 범 주류는 진산의 거취에 따라 연합이 흔들린다.
비주류연합도 그 점은 비슷하다.
양씨가 당수경쟁에서 결코 물러서지 않을 것이기 때문에 김대중계서 지원해 줄 때만 연합이 가능하다는 외길이다.
이런 연합형태라면 승산은 범 주류에 있다. 진산계와 고흥문-김영삼계가 표 이탈 없이 합쳐지고 단일 경쟁자를 내세운다면 역시 제일세력이 될 수 있다.
그러나 유진산씨가 「롤·백」하겠다고 하고 김영삼씨가 다른 태도를 견지하는 한 상황은 거꾸로 된다.
전당대회연기론은 바로 이런 유동적인 상황에서 나온다. 각급 당부개편이 끝나고 대의원이 확정된 뒤 한동안의 시간을 갖고 유동을 고정시켜야 그런 대로의 방향을 잡고 대회에 임할 수 있다는 것이다.
종전까지 대회 강행론을 주장해 온 주류 측에서 연기론의 주장 내지 동조로 변한 것은 꼭 같이 전열의 구심점을 찾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제당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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