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나친 현실 영합 한국 정치학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4면

한국의 정치학은 민족사학분야의 연구가 없기 때문에 체계화를 이루지 못하고 있다. 또 이런 바탕이 없기 때문에 기껏 관료화, 권력화 하거나 어용화 되고있다. 이정식 교수(동국대)는 6일 한국 외국어대학에서 있은 한국 정치학회 춘계「세미나」에서 「한국 정치와 정치학자」란 제목으로 강연, 이같이 주장했다.
그는 한국의 정치현상과 정치학자들의 생태를 고찰하고 이런 「한국정치학」의 약점을 추출한 것이다.
그가 유도한 결론에 의하면 한국의 정치학은 민족사학적 연구가 뒤따르지 못하기 때문에 체계화 안돼 있으며 서구에서와 같이 이론적인 정치학, 즉 문학적 정치학에서 실제에 적용되는 육체적 정치학으로의 변화가 이루어지지 않고 육체적 정치학에서 문학적 정치학으로 역행하는 과정을 따르고 있다는 것이다. 처음에 문학적으로 표현된 정치이론이 실제 현실을 거치면서 경험원리를 부가하게되는 서구적인 양상과는 달리 한국의 정치학은 거의 공상적인 표현 속에서 질식하고 있다는 것.
이런 한국정치학의 병리는 정치학자들이 그들의 이론을 권력집단에서 받아들여져야 한다는 정치학자들의 의식에서도 나온다.
교장 단이나 고문단의 이론이라도 그것이 꼭 받아들여져야 할 이유는 없는데도 채택여부에 집착하는 것은 곧 「정치학」을 권력화의 도구로 보는 태도에서 오는 것이며 이것이 정치학의 어용성을 드러내게 한다는 것.
이런 경향은 또 한국에 있어서 정치학회장이 학문의 「매니저」가 아니라 권력 정치적 「매니저」화하게 하는 요인이 되고 있으며 결국 한국 정치학은 영리성에 얽매이게 돼서 「타산적 정치학」의 소리를 듣게 한다는 주장이다.
이러한 한국의 정치학을 있게 한 것은 무엇일까?
이 교수는 65년에 있은 김계수 교수(건국대)의 「한국 정치학자 조사」를 예로 해서 거기에 나타난 정치학자들의 전공 동기를 보면 어느 연배에서는 상당히 많은 순수학문에의 의지를 읽을 수 있지만 또 다른 계층에서는 관리직에의 기대가 큰 것을 지적, 정치권력에 대한 향수가 역사적·사회적 사명이 없는 「정치학」을 키운 원인이 됐다고 봤다.
정치이론이나 정책은 언제나 후퇴하고 정치권력의 기존성 만이 두드러져 한국에선 간단한 관료주의와 새로운 관료주의라는 주기성만을 보이고있다고 했다.
한편 한국 정치학은 60년대 구미에서 돌아온 학자들의 이론도입 작업과 통일문제회의들로 자극을 받아 조금 활기를 띤 것도 같다.
그러나 구미에서 온 학자들은 그들이 가져온 자료가 한국에선 전혀 「거짓」으로 밖에 나타나지 않는 현실성에 놀라게 됐고 이론의 토착화문제의 해결에 부심하게 되었다.
기존 정치학에 대한 불만이 현실적인 곧 육체적 정치학으로 발전하는 것이 외국의 예인데 반해 한국에선 현실과는 동떨어지거나 정치학적 지식의 파벌성 만을 조장하는데 그쳐 정치학의 과학화를 저해하기 마련이라는 해석도 한다. 이런 현상은 또 사회과학의 한 분야로서의 정치학의 존재를 어렵게 하고 있으며 이것은 또 현실 정치과정의 취약성을 외면하고 감추려드는 데서 나온「정치학」발전의 기피태도로도 볼 수 있다는 것이다.
이렇게 해서 한국정치학은 「저널리즘」 정치학에 머무르는 형태에서 권력 정치에의 기능만을 조장한다고 설명했다. 【한국 정치학회 춘계「세미나」이정식 교수 강연서】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