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승민 기자의 '살림의 신'] 10분 투자로 20년 젊게 사는 '동안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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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원히 젊게 살 순 없을까. 늙지 않는 방법은. 노화방지 혹은 회춘이란 문제는 인간의 근본 욕망이 아닐까. 인류가 문명화한 이래로 노화를 늦추거나 영생을 얻으려는 마음은 동과 서가 다르지 않았다. 불로초를 구하려 죽기 전까지 애썼다는 진시황, 아름다움을 평생 간직하려고 갖은 애를 썼다는 클레오파트라를 보면 그렇다. 여기에 우리에게 익숙한 각종 노화방지 화장품, 피부과·성형외과 시술까지 더하면 동서에다 고금까지 이런 욕망이 보편적이었음을 확인할 수 있다.

노화방지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화장품 산업. 요즘 화장품 마케터들이 고민에 빠졌다고 한다. 전과 다른 ‘세대 인식’ 때문이다. 시장조사기관 유로모니터에 따르면 “날이 갈수록 세대 구분이 모호해지고 있어서 화장품 업계가 새 전략 수립에 나섰다”고 한다. 무슨 말인고 하니, 20대에겐 ‘10대처럼 탱탱한 피부를 지켜준다’고 유혹하고, 30·40대는 ‘20대 젊은 피부를 평생’이라고 꼬드기면 됐는데 요즘은 사정이 달라졌다는 것이다. 20대는 물론이고 요즘 30·40대는 자신들을 20대와 동일시 하는 등 기존 나이와 세대 개념이 무너졌다 한다. 그러니 과거와 같은 전략으론 화장품을 팔기 힘든 시대인 거다. 최근 영국 일간신문 데일리메일은 이를 구체적으로 입증하는 연구 결과를 전했다. “기존 중년은 41세에 시작됐지만 요즘엔 53세나 돼야 중년이라 할 수 있다”는 보도였다. 스스로를 ‘청춘’이라 여기는 ‘장년층’이 훨씬 많아져서 이젠 장년의 기준 자체를 바꿔야 한다는 얘기다. 영국 성인 2000명을 연구한 조사 결과다. 영어로 작성된 두 소식 모두 이런 현상을 ‘에이지 블러링(age blurring)’이라 부르고 있다. ‘에이지’, 즉 나이가 ‘블러링’ 희미해지고 있다는 뜻이다.

최근 JTBC ‘살림의 신’ 녹화장에서 ‘에이지 블러링’ 사례자를 만났다. 박은영(55)·서은경(44)씨다. 방송에선 흔히 말하듯 ‘최고 동안녀’로 소개됐다. 출연자들이 박씨는 30대로, 서씨는 10대 후반 정도로 오해할 만큼 동안이었다. 하지만 이들의 설명을 듣고 있노라니 박·서씨의 관리 비법이 실은 사회 전반에 퍼진 ‘에이지 블러링’ 현상과 같은 맥락으로 보였다. 데일리메일은 “긍정적인 삶의 자세, 무리하지 않는 생활습관, 꾸준한 운동, 건강한 식습관 등 덕분에 평균 기대수명이 늘어났다. 사회 전반의 기대수명이 는 결과로 사람들이 자신의 나이를 전과 다른 기준으로 받아들이고 있는 것”이라고 했다. ‘동안녀’ 박은영·서은경씨도 연구에서 파악한 젊음 유지 습관을 지키고 있었다. 근면한 평소 생활습관, 활기찬 삶의 태도가 그들의 젊은 외모를 유지케 했다. 곧 동안도 그리 특별해 보이지 않는 때가 올 것 같다. ‘에이지 블러링’ 시대, 정말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

강승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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