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식-그 영양과 조리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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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한국의 쌀 문제는 이미 해마다 외미를 들여와도 부족할 만큼 심각해졌으며 분식·혼식이 국가 시책으로 장려되고 있다. 이런 경제적인 문제 외에도 영양상으로도 한국인의 식생활엔 쌀의 주식에서 오는 불균형이 많은 학자들로부터 지적되고 있다. 한국 영양 학회와 대한 가정 학회가 공동 주최한 「혼식의 영양학적 의미 세미나」(22일 하오 2시·조선 「호텔」)는 이러한 한국의 현실에서 바람직하고 개선되어야 할 식생활을 위한 「혼식」의 문제를 다루었다. 다음은 이날 발표 중에서 이혜수 교수(서울대 가정대)의 『혼식의 과학적 조리 및 영양학적 고찰』을 간추린 것이다.
한국인들은 밥을 주식으로 해 내려왔기 때문에 밀가루 음식은 간식용 외에는 별로 먹지 않는다. 근래에 나온 밀쌀은 이러한 폐단을 없애고 주식용으로 쌀과 혼합 사용하기 위한 것인데 현재 혼식으로는 이 밀쌀과 보리밥이 거의 대부분을 차지하므로 이 두 가지의 영양과 조리법을 살펴본다.

<밥의 혼합 비율>
①보리밥=보리를 쌀의 10%, 20%, 30%의 3가지로 섞어 밥을 지어 「색」 「윤택」 「촉감」 등의 3항목으로 나누어 평가해 보았다.
그 결과 색은 20%의 보리를 섞었을 때가 가장 점수가 높았고 윤택은 보리가 점점 많이 섞일수록 나빠져 먹음직스럽지 못했다.
다음 입안에서의 촉감은 밥을 평가하는데 가장 중요한 항목으로 10%, 20%로 올라갈수록 점수가 낮아 졌으나 20%이내가 비교적 좋은 편이다.
결국 보리밥은 보리를 쌀의 20%정도 섞어 짓는 것이 가장 좋다.
②밀쌀밥=밀쌀을 쌀의 5%, 10%, 15%, 20%, 25%, 30%로 섞어 「색」 「윤택」 「촉감」 「맛」 「냄새」 등 5항목으로 평가해 보았다.
보리밥과 달리 밀쌀은 어느 정도 많이 섞어도 윤택이 감소되지 않고 보기에도 별 차이가 없다. 특히 냄새가 구수하여 어느 것이든 특별히 맛이 떨어지지도 않는다.
그러나 촉감과 색은 밀쌀이 많이 섞일수록 좋지 못하여 쌀의 25%, 즉 쌀 80%에 밀쌀 20%를 섞는 것까지는 먹기 괜찮다는 결과가 나왔다.

<조리>
①보리밥=「밥의 진 정도」와 「질」(퍼진 정도)로 나누어 물의 양에 대해 조사해 본 결과 밥의 질기는 물을 쌀의 1·2배로 하여 지은 밥이 가장 알맞았으나 보리가 잘 퍼지기는 1·4배가 적당했다.
②밀쌀밥=아직 시판된 지가 얼마 안되어 밥짓는 방법이 널리 연구되지 못했다. 밀쌀을 담가 두었다 짓는 경우, 씻어 건져 두었다가 하는 경우와 미리 밀쌀만 삶다가 쌀을 넣고 짓는 경우 등 여러 가지로 실험해 보았다. 그 결과 물의 비율은 쌀의 1·4배가 가장 좋은 편으로 색과 퍼지기, 촉감 등이 모두 적당했다. 밥짓는 방법으로는 밀쌀을 미리 씻어 두었다가 밥을 짓는 법과 밀쌀을 미리 10∼20분간 삶다가 짓는 법이 무난했다.

<영양가>
한 사람이 한끼에 먹는 양인 곡류 1백40g에 대해 별표와 같이 흰쌀밥·보리밥·밀쌀밥을 여러 비율로 나누어 계산을 하여 한국인 영양 권장량과 비교해 보았다. 표에 나타난 것과 같이 열량은 권장량 1천 「칼로리」에 비해 어느 경우나 모두 비슷했고 단백질은 밀쌀밥이 흰쌀밥보다 19정도, 보리밥은 0·6g정도 많으므로 잡곡밥이 별로 도움을 주지 않는 편이다.
밀쌀밥은 「칼슘」·철분·「비타민」B1 「나이아신」의 함량이 흰쌀밥보다 약간 높고 보리밥은 철분이 약간 많은 정도다. 그러나 곡류 속의 「칼슘」이나 철분은 소화되기 힘든 상태로 존재하므로 실제 체내에서 도움을 줄는지 의문이다. 이렇게 밀쌀밥이나 보리밥은 흰밥 보다 약간의 영양적인 도움을 주는 정도이므로 식단을 계획할 때 흰쌀밥 때와 마찬가지로 기호 식품군을 골고루 넣도록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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