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형표·김진태 이번주 임명 가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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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치 정국에 새 전선이 형성되고 있다. 이번엔 문형표 보건복지부 장관, 김진태 검찰총장 후보자 임명 문제다.

 민주당은 문 후보자가 한국개발연구원(KDI) 재직 시절 법인카드를 사적으로 이용했다는 이유로 사퇴를 종용해왔다. 그러나 박근혜 대통령은 두 후보자 임명을 이번 주 내 임명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

 두 후보자에 대한 청문보고서는 민주당의 반대로 법정 제출 기한인 18일까지 국회 의견으로 채택되지 못했다. 이에 박 대통령은 보고서를 20일까지 정부에 제출해 달라고 국회에 요청했다. 그러나 20일에도 보고서는 정부로 이송되지 않았다. 결국 박 대통령은 21일부터 두 후보자를 임명할 수 있게 됐다.

 인사청문회법상 국회가 보고서 채택 등의 절차를 끝내지 못해 서류가 정부로 이송되지 않았을 땐 대통령이 ‘10일 이내’에 기간을 정해 보고서를 달라고 국회에 요청할 수 있다. 이 기간 동안에도 서류가 오지 않으면 대통령은 국회 의견과 무관하게 임명장을 줄 수 있다.

 박 대통령이 28일까지 보고서를 기다릴 수 있는데도 이틀 이내에 서류를 보내 달라고 요청한 것은 속전속결로 인사 문제를 매듭짓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청와대 관계자는 20일 “야당이 태도를 바꿀 가능성이 있다면 며칠 더 기다리지 못할 이유는 없었다”며 “하지만 민주당이 투쟁을 위한 투쟁을 하고 있는 상황에서 전혀 사정이 달라질 기미가 보이지 않는데 임명을 늦출 이유는 없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복지부는 기초연금 논란을 풀어야 하고 검찰엔 국정원 대선 개입 의혹 사건 수사 등 중대한 사건이 쌓여 있다”며 “박 대통령은 검찰과 복지부 수장의 공백이 더 길어져서는 안 된다는 생각이 강하다”고 설명했다.

 복지부는 지난 9월 말 진영 새누리당 의원이 장관직에서 물러나면서 두 달 가까이 장관 공백기가 이어지고 있고 검찰 또한 채동욱 전 총장 사퇴 이후 두 달여간 대행체제로 운영되고 있다.

 박 대통령이 두 후보자 임명을 강행할 경우 야당과 연쇄적인 충돌이 예상된다. 당장 황찬현 감사원장 후보자의 국회 임명동의안 처리를 놓고 1차로 맞부딪칠 가능성이 크다.

 민주당은 문 후보자만 물러나면 황 후보자의 임명은 반대하지 않겠다는 입장이었으나 임명 강행 시 표결에 응할 수 없다는 방침이다.

 이 경우 새누리당은 민주당이 반대해도 단독 처리를 불사한다는 입장을 굳혀 2차 충돌이 불가피하다. 새누리당 지도부는 해외 출장 중인 의원들의 귀국까지 종용하면서 수(數)싸움에 대비하고 있다. 새누리당 핵심 관계자는 “감사원장 문제도 이번 주 내에 처리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상황이 긴박하게 돌아가자 민주당 전병헌 원내대표는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문 후보자 스스로 ‘국민의 세금을 사적 용도로 쓴 것이 드러나면 사퇴하겠다’고 했다”며 “문 후보자 임명을 강행하면 박 대통령은 제3의 인사참사를 부르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청와대가 문·김 후보자 임명을 강행하고 새누리당이 황 후보자 임명동의안을 단독·강행 처리할 경우 민주당으로선 더 강경한 투쟁방안을 찾지 않을 수 없게 된다.

글=신용호·강인식 기자
사진=김경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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