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이교원|덴마크의 상록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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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덴마크」에 대한 나의 첫 인상은「스마트」하다는 것이었다.
아직 추운 3월초였으나 청정하게 살아 있는 상 록의 숲과 흰「레이스」를 단 해안선, 그 사이사이에 그리 화려하다고 할 것도 없는 현대식 주택이 질서 있게 들어차 있었다.
경치로나 기후로나 우리 나라 동해안지방보다 나을 것이 없건만 인공에 따라서는 그렇게도 말쑥하게 보이는 것이었다.
나는 부러움과 함께 미국에서의 다소 들뜬 느낌이나 독일의 우 울에 비해 어딘지 친근하고 유연한 무엇을 느꼈다.「성의 천국」이란 예비지식과는 전혀 딴판인 자연스러운 풍경이 마치 우리의 산하를 보고 있는 듯 하였다.
「덴마크」에서는 대부분의 주택들이 통나무로 엮은 야트막한 담을 두르고 있으며 문을 밀고 들어서면 전정부터가 상록수로 뒤덮였고, 건물을 지나 후원으로 나가면 의례 넓은 잔디밭과 함께 또다시 우거진 상록수를 볼 수 있었다.
취미에 따라서는 조각품을 진열하여놓은 집도 있었으나「덴마크」의 정원은 역시 상록수 숲이 특징이었다. 수종은 거의 해송과 잣나무였고 땅을 기는 눈 향나무가 이따금 보였다.
비릿한 송진 냄새 때문에 신선하고 활기찬 느낌이었다. 집집마다 창가에「꽃 상자」를 마련해 놓고 꽃 대신 소나무, 잣나무의 어린 묘목을 심어놓은 것도 인상적이었다.
그리고 정원의 상록수들은 모두 키에 별로 신경 쓰지 않은 채 자연스럽게 배열되어 있었고, 모두 자연그대로 쑥쑥 자라난 것들이었다. 그런「덴마크」의 정원은 짐짓 한국의 옛 정원을 연상케 하였다.
그러나 북부의 정원은 동양과 전혀 무과 한 것이었다. 꽃철이 짧고 겨울이 긴데다 사철「유틀란드」반도를 몰아치는 거센 해풍 때문에 방풍·방한을 위해서도 강인한 상록수를 심을 수밖에 없었다고 한다. 정원의 미 정원의 실용성 하지만 역시 그곳의 풍토가 앞서는 것이다.
이것은 여담이지만「덴마크」의 왕실정원을 보러갔을 때였다. 정원입구에서 나는 참으로 기이한「디자인」을 보았다. 눈을 크게 떴다. 정원입구의 넒은 잔디밭 양가에 딴 장식은 없이, 하얀 물체들만 두 줄로 나란히 놓여 있는 것이 아닌가!
그것은 직경이 1m50㎝가량 되는 백구들이었다.
나는 관광을 마치고「호텔」로 돌아오면서 이 기이한「디자인」에 대해 내 나름의 풀이를 해보았다.
키 큰 북구 인들처럼 단순하고 싱겁긴 하지만 구체야말로 가장 단순하나 가장 추상적이고 현대적인「디자인」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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