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엔 '다크호스' 에 올라타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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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4면

다크호스(DARK HORSES). 김난도(사진) 서울대 소비자학과 교수가 2014년을 관통할 키워드 열 개를 내놨다. 매년 12간지 동물을 활용해 소비트렌드를 제시하는 김 교수는 말의 해를 앞두고 ‘다크호스를 기억하라’고 조언했다.

 19일 전경련 국제경영원 주최로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린 ‘2013 뉴 웨이브 포럼’에서 김 교수는 “스웨그 신드롬이 2014년을 강타할 것”이라고 운을 뗐다. 스웨그(SWAG)는 ‘멋지다’ 혹은 ‘뻐기다’는 뜻으로 정형화되지 않은 자기 고유의 멋을 가리킨다. 자기만족이나 자아도취, 본능적인 자유로움, 허세를 뜻하는 말로 젊은 층 사이에서 유행하고 있다. 빅뱅의 지드래곤이 ‘get your swag on(니 스타일을 가져)’라는 가사와 함께 거만한 포즈로 춤을 추거나, 오디션 프로그램에서 끼 있는 무대를 보인 참가자에게 심사위원이 “스웨그가 있다”고 말하는 식이다. 김 교수는 “과거 젊은 세대에 국한됐던 스웨깅(허세·자아도취)이 세대 간의 벽을 넘어 퍼져가고 있다”며 “스타일을 강조하고 허세를 부리면서 중요한 이슈를 가볍게 여기는 풍토가 사회를 지배할 것”이라고 예견했다. 그는 “기업이나 마케팅 담당자들이 새로운 트렌드에 맞춰 브랜드 이미지를 재설정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몸이 답’이라는 주장도 이어졌다. 사회적 제약이 많고 정신노동이 심화될수록 소비자들은 육체적이고 직설적인 언어를 찾게 된다는 얘기다. 김 교수는 “소비자들이 춤추고 달리는 등 신체의 움직임으로 정신과 육체의 균형을 회복하려는 경향이 나타나고 있다”고 지적했다. 등산이나 댄스 페스티벌에 참여하는 사람이 늘어나는 가운데 건강한 노동의 가치를 다시 찾기 위해 작은 공방이나 도심 속 텃밭을 가꾸는 취미 역시 유행한다는 설명이다. 신뢰를 최우선 가치로 생각하던 은행들이 엄숙한 광고 대신 춤을 접목한 광고로 바뀌고 있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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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 교수에 이어 무대에 선 카카오톡 커뮤니케이션의 박용후 고문도 눈길을 끌었다. 자신을 ‘관점 디자이너’라고 소개한 박 고문은 “틀린 질문을 하면 맞는 답이 나올 수 없다”며 “관점을 달리 하라”고 조언했다. 그는 “똑같이 구걸을 해도 ‘나는 장님입니다. 좀 도와주세요’라고 하기보다 ‘참 아름다운 날이네요. 그런데 나는 볼 수가 없어요…’라고 말하는 거지가 더 성과가 좋다”고 예를 들었다. 매장은 ‘물건을 파는 곳’이 아니라 ‘고객님이 물건을 사시는 곳’으로 생각하고, ‘고객의 짜증’을 ‘우리가 미처 발견하지 못한 서비스의 구멍’으로 받아들이면 서비스의 관점이 달라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생각대로 T’ 광고 카피로 인정받았던 SKT의 박혜란 상무는 플랫폼의 중요성에 대해 강조했다. 박 상무는 “4세대 LTE 시장이 본격화되면서 만년 1등이라고 생각하던 SKT가 위기를 느꼈다”며 ‘눝’ 서비스의 탄생 배경을 설명했다. 그는 “요즘 10대들은 공짜보다 놀이를 통한 보상을 더 좋아한다는 점을 파악하고, 그들이 원하는 놀이판(플랫폼)을 만들었더니 소비자들이 직접 서비스 홍보대사가 되더라”고 분석했다. 눝 서비스는 매일 자신의 휴대전화를 빙빙 돌리면 공짜 데이터를 충전해주는 방식이다. 박 상무는 “학생들이 등교 전, 점심시간, 청소시간, 야자 후, 취침 전에 일과처럼 휴대전화를 돌려 데이터를 충전하고 학교 대항전을 펼치는 등 스스로 판을 넓혀 갔다”고 소개했다.

 이 밖에도 이날 강연에서는 초 니치(틈새) 시장, 아이 같은 40대, 관음시대, 돌직구로 말해요 등 총 10개의 키워드가 소개됐다.

채윤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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