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채금리의 하락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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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사채금리가 크게 떨어지고 있어 그것이 경제적으로 무엇을 뜻하느냐하는 문제를 깊이 검토해야 할 것 같다.·한은·산은·전경련, 그리고 재무부 등의 공동조사로 밝혀진 바에 따르면 최근 3개월 사이에 사채이율은 1%정도가 떨어져 대기우의 경우 월2·5%에 거래되고 있는 반면, 서민금융만은 월 4·5%내지 5%의 높은 전리가 그대로 유지되고 있다한다. 또 사채거래규모도 월 1천5백억 원 규모에서 1천2백억 원 규모로 줄었다하며 특히 중소기업에 대한 사채거래는 거의 중단되고 있는 형편이라 한다.
당국은 이러한 사채동향을 ①사채발항의 호조등 기본시장의 활기 ②4월부터 실시하고있는 세법상의 사채손비 인정한도의 제한 ③금리인하 등에 따른 것으로 보아 긍정적인 현상으로 받아들이는 것 같다.
그러나 당국의 시책이 어느 정도 사채시장에 영향을 미친 것은 사실이라 하더라도 이를 전적으로 당국의 시책결과라고 보기에는 적지 않은 의문이 있음을 주목해야 할 것이다.
일반적으로 불황후기에 접어들면 경제활동이 크게 둔화되고 투자요인이 소감 되어 금리가 떨어지고 동시에 물가도 떨어진다는 것이 경기이론에서 지적되는 현상이라 하겠는데 오늘의 사채경향이 그런 측면과 관련되는 것이 아닌지 깊이 검토해야겠다는 것이다. 물론 우리의 현실은 물가 상승률의 점증이라는 상반될 현상을 경험하고있는 것이므로 일반이론을 그대로 적용하기는 어려운 점이 없지 않다. 그러나 불황이 심화되어 수요감퇴로 물가가 하락되는 「메커니즘」을 우리경제는 상실시키는 구조적인 결함이 있기 때문에 물가상승이 계속 된다고 해서 불황도가 약하다고 판단하기는 힘들다. 즉 수입의존도가 높은 우리경제는 국내불황과 수입억제가 상실되기 때문에 물가가 하락할 요인은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물가상승 하에서 불황이 심화할 수 있는 구조를 우리경제가 내포하고 있다는 사실을 고려 할 때 사채이자의 하락이 불황과 밀접한 관계들 가지고있다는 판단은 일단 타당한 것이라 할 수 있다.
더욱이 중소기업에 대한 사정거래가 중단되다 시피하고 있으며 서민금융금리가 고율을 지속하고 있다는 것은 전형적인 불황을 상징하는 것으로 풀이될 수 있는 것이다. 또 올해 들어 내국세 수입실적이 두드러지게 저조한 현상으로 보아도 경제의 불황도는 완화되기보다 심화하고 있다는 자료로 평가해야할 듯하다는 것이다.
사리가 이와 같다면, 당국은 무엇보다도 경기전망에 대한 객관적인 분석을 서둘러야 할 것이다. 모든 정책은 현실적 동향과 「갭」을 가지면 가질수록 오히려 역효과를 파생시키는 것이므로 우리가 시급히 정리해야 할 것은 경기전망을 어떻게 판단하느냐하는 점이다. 경기동향을 제대로 파악하고 나서야 경제기조와 부합되는 적절한 정책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라는 뜻에서 당국은 경기전망을 차제에 확실히 파악해 두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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