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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심 재생사업, 소형·저가 주택 늘려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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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1면

이인근
토지주택연구원장
(전 서울시립대 토목공학과 교수)

지난 50년간 우리나라의 주택·도시 정책은 대도시 위주로 펼쳐졌다. 특히 서울·수도권의 심각한 주택 부족을 해결하는 게 가장 큰 과제였다. 그래서 정부가 직접 나서서 주택 공급 계획을 세우고 주택을 대거 공급했다. 그러나 현재 주택보급률은 102.7%(2013년 기준)까지 올랐다. 물량 부족 문제가 해소된 만큼 정부의 주택·도시 정책 방향도 전환돼야 한다.

 무엇보다 종합적 관점에서 구도심에 대한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인구감소, 고령화, 1·2인 가구 증가 등으로 구도심의 주택 수요가 다양해지고 있다. 특히 지방에선 구도심 내 인구 유출, 슬럼화가 심각한 상황이지만 기존의 재건축·재개발 사업만으로는 한계가 있다. 따라서 물리적인 도심 정비와 함께 해당 지역의 사회·경제·문화적 부문을 재생할 수 있는 종합적 도시재생 사업을 펼쳐야 한다.

 이 같은 도시재생 사업은 서민 주거안정과 주거복지 측면에서 접근해야 한다. 기존의 도시재생 방식(재건축·재개발)은 집값이 급등하던 시대에 만들어졌다. 집주인이 추가 부담을 지고 신규 주택을 공급받았다. 집값이 꾸준히 올랐기 때문에 추가 부담을 지더라도 재건축·재개발 사업에 나섰다. 하지만 주택 경기 침체 등으로 사업은 제자리걸음이다. 주민들의 추가 부담이 크게 늘면서 사업이 주춤하는 것이다. 그러자 정부나 자치단체는 재개발·재건축 활성화를 위해 각종 규제를 축소·완화했다. 그 결과 재건축·재개발 시장에서 더는 소형·저가 주택 공급은 기대하기 어렵게 됐다.

 소형·저가 주택의 멸실은 저소득층의 주거지 감소로 이어지기 때문에 서민 주거안정을 위해서라도 반드시 지켜야 한다. 도시재생 사업에 공공이 적극적으로 참여해야 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구도심에서라도 소형·저가 주택 공급을 늘려야 서민들의 주거 안정을 꾀할 수 있다.

 행복주택처럼 민간이 활용하기 힘든 국공유지·철도부지·유수지 등을 활용해 땅값 상승을 억제하면서 소형·저가 주택을 공급하는 방안도 적극 검토해 볼 만하다. 도시재생 사업 방식의 다변화도 필요하다.

 낡은 집을 모두 헐고 고층 아파트를 짓는 방식에서 탈피해야 한다. 단계적·점진적 개발이나 중층 고밀 개발, 기반시설 확충을 통한 환경개선 등의 정비 방식을 검토할 만하다. 이를 위해서는 기존의 사업 방식으로는 사업성을 확보할 수 없으므로 공공의 선투자가 우선돼야 한다.

 정부도 도시재생에 대한 의지가 있는 것 같다. 정부는 다음 달 ‘도시재생 활성화 및 지원에 관한 특별법’을 시행할 예정이다. 이 법은 도시의 경제·사회·문화적 활력 회복을 통해 도시의 자생적 성장기반을 확충하는 방안을 담고 있다.

 도시 경쟁력 제고, 지역 공동체 회복 등을 목적으로 공공의 지원을 강화하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법만 실행돼서는 곤란하다. 실질적인 사업 추진을 위해서는 구체적인 지원 방식과 재원 마련이 필수적이다. 이에 대한 실질적인 후속 조치가 마련되기를 기대해 본다.

이인근 토지주택연구원장
(전 서울시립대 토목공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