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통사고 「노이로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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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며칠 전 진눈깨비가 내리던 날 서울에 가던 중이었다. 날씨가 궂어 기차를 이용하고 싶었으나 시간이 맞지 않아 할 수없이 고속 「버스」를 타게되었다. 「버스」를 타면 항상 불안한데 눈비가 마구 내리니 마음은 더욱 편치 않고 운전사의 거동에 신경이 쓰였다. 그런데 고속도로「인터체인지」를 지나면서부터 안내양과 뒷좌석손님과 잡담이 시작되어 혹시 운전하는데 방해나 되지 않을까 은근히 걱정이었다.
달리는 길 한편에 「택시」 한 대가 처박혀 있고 사람들이 몰려 서 있는 것이 보였다. 마음속으로 침착하게 잘 운전해주기를 바랐다. 그런데 안내원 아가씨가 운전사에게 말을 시키기 시작하고 지금까지 잡담을 해오던 손님은 담배에 불까지 붙여 권하지 않는가? 그동안 지루했던 양 그들의 화제는 계속되었고 운전사는 담배 피우느라 한 손으로 운전을 하고 있었다. 이쯤 되면 나의 교통사고에 대한 신경증은 상승하여 온 정신이 그들에게만 쏠리고 불안감은 여러 가지 생각으로 비약까지 하였다.
차 내부를 둘러보아도 「금연」이라든가 「운전사와 잡담금지」라고 씌어진 것은 눈에 띄지 않았다. 그들에게 이야기를 멈춰주도록 말해보고도 싶었으나 오히려 기분이 상하여 안 좋을까 염려되어 그러지도 못하였다 .잠시 내자신의 신경과민을 탓하면서, 그러나 교통사고는 순식간에 일어나므로 운전사와 안내원은 항상 신중해주기를 부탁하고 싶었다. 이런 심정은 나뿐 아니라 그 차를 탄 손님은 모두 그랬으리라 생각된다. 그리고 모든 자동차사고가 차량의 정비불량과 노후한 탓도 있지만 운전사의 부주의가 대부분이었다는 것도 머리에 떠올랐다.
고속「버스」의 주인은 운전사와 안내양이며 많은 승객들의 안전을 도모하기 위하여 될수록 필요 이상의 말은 하지 말고 안전운행을 위하여 최선의 노력을 다할 때 교통사고는 줄어들고 손님들의 교통사고 「노이로제」도 자연히 없어지리라 생각한다.
정영숙(청주시 모충동427의42 윤만근씨 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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